시중은행 가계대출 여력 고작 3000억?…'오픈런' 못막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30일, 오후 07:41

시중은행 가계대출 여력 고작 3000억?…'오픈런' 못막았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난주부터 매일 오전 9시에 인터넷은행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신청 버튼 누르고 있는데, 실패네요. 성공한 분 있나요?”

최근 재테크 관련 블로그·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대면 대출 ‘오픈런’(온라인으로 대출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신청) 경험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패’ 경험을 중심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글들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대출 증가액 1.5%→3%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실수요자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8·13대책에서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약 30조원 더 할 수 있도록 총량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여전히 묶어놨던 자율적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들만 일일 대출량을 정해놓고 매일 제한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어 오픈런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카페에 경험담을 올린 한 네티즌은 약 일주일간 반복해서 실패하다가, 결국 은행을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글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우대금리 혜택이 있는 수신상품까지 가입했는데, 일주일째 도전한 오픈런에 실패했다”면서 “결국 대출 여유가 조금 있다는 B은행에서 다시 도전중”이라고 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에도 ‘오픈런’이 계속되는 것은 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열어준 대출여력이 예상보다 적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가계대출 총량을 늘렸지만, 집단대출(분양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위주로 취급하고, 개별 주담대나 신용대출엔 여전히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신규 공급여력 30조원 중 개별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많아봐야 최대 8조원 정도”라면서 “그마저도 1금융권인 시중은행들은 총량을 넘어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신규 공급 여력은 약 6조9800억원이다. 그나마 8·13 대책에서 총량 규제완화를 발표한 뒤 당국이 은행별로 추가 대출 공급 여력을 소폭(은행별 0.3~0.4%포인트) 늘려줘, 약 2조6400억원의 여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5개사 중 4개 은행은 이미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많아 총량 여유가 아예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대출 제외)은 651조6377억원으로, 작년 말(644조9700억원)보다 6조6677억원 증가했다. 올해 총 공급 가능한 가계대출 규모와의 격차가 3000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은 은행들과 잠정 배분한 총량 목표치를 추가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가능한 자금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모두에게 대출 창구를 열어줄 순 없다”면서 “청년층 등 실수요 중심으로만 자금을 공급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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