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올여름 원거리 태풍 ‘'장마전선 강화·고기압 확장' 유도

경제

뉴스1,

2026년 8월 31일, 오전 10:35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올여름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20개를 넘었지만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바다를 지난 태풍이라도 주변 대기의 흐름을 대대적으로 바꾸며 우리나라의 폭염을 가속화시키는 숨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은 올여름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 주변 대기의 순환을 바꾸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과 위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 폭염을 촉진했음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보통 태풍의 영향은 한반도의 직접 상륙 여부나 강풍·호우 피해 규모를 중심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태풍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대기 흐름을 변화시켜, 장마전선과 고기압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변화는 수일 뒤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에도 이어질 수 있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센터장 김성훈)는 원거리 태풍이 주변의 대기순환을 변화시켜 기온 변동을 유도하는 '원격 영향'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난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연이어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MEKKHALA)'와 제8호 태풍 '히고스(HIGOS)'가 동아시아 대기순환에 미친 물리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두 태풍은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는 않았으나 동중국해 방면에서 다량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공급함으로써 한반도 장마전선의 활동을 부추기고 강수를 크게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여름철 더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 한반도 방향으로의 확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상반된 효과도 확인됐다. 실제로 7월 초 한반도는 일시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주 영향권에서 벗어나며 기온이 다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태풍이 물러간 이후에도 대기 중에는 강력한 잔재 영향이 지속됐다. 대량의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응결' 과정에서 막대한 잠열이 대기로 방출되는 '강수 가열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강수 가열 효과'는 일시적으로 동쪽으로 밀려났던 북태평양고기압을 다시 강화하고, 한반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유기적으로 조성했다. 실제로 해양기후예측센터가 강수 가열 효과를 대기 모형에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일본 부근 상공 약 5.5km 높이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압능 세력이 급격히 강해져 한반도 쪽으로 몸집을 크게 부풀린 것으로 규명됐다.

이 같은 대기순환의 입체적인 변화는 실제 한반도 기온의 급격한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기상청의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전국 60개 지점의 기상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기온은 7월 1일 기준 평년보다 1.3℃ 낮았으나, 불과 6일 만인 7월 7일에는 평년보다 2.8℃나 치솟았다. 단 6일 사이에 한반도 전체 평균 기온이 무려 4.1℃ 급등한 셈이다.

김성훈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이번 사례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변화를 줘 우리나라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유사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태풍과 동아시아 대기순환의 연계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여름철 기후 감시와 전망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앞으로도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분석해 폭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숨은 연결고리를 밝히고, 조기 경보와 계절 예측 정확도 향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한반도 폭염 유도 원격 태풍 영향 연구 외에도, 해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생태 지도 변화 추적, 태풍 중심부 무인 장비 연계 정밀 입체 관측,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해수 냉각 수중 데이터센터 및 해저 연구 실증기지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 차원의 혁신적인 첨단 기후 대응 해양과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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