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벗어난 '로드숍', 공식 바꿨더니 통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2:0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때 서울 명동을 비롯한 주요 상권마다 빼곡하던 화장품 ‘로드숍’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이니스프리·토니모리·스킨푸드 등 주요 브랜드는 브랜드 매장을 줄이는 대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네이버, 무신사 등 여러 브랜드를 모은 멀티브랜드숍에 입점하며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를 보면 토니모리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매장 수가 201개로 전년 대비 70개(25.8%) 줄었다. 2024년에 비해서도 감소 폭(28개·9.4%)도 더 커졌다. 울산·세종·제주에 이어 대전엔 직영점을 제외한 가맹점 기준 1곳씩만 남았다.

직영점 없이 가맹점만 운영하는 스킨푸드는 지난해 말 매장 수가 7개로 1년 새 3개 감소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엔 아예 매장이 없는 상황이다. 투쿨포스쿨은 가맹점이 부산·제주에 각 하나씩 총 2개 그대로 유지됐지만 직영점 매장 수가 2023년 11개→2024년 8개→2025년 7개 등으로 점차 줄면서 전체 매장 수가 10개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홀딩스(002790)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도 예외 없이 단독 매장이 줄고 있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은 2022년 324개→2023년 234개→2024년 190개→현재 111개로 급감했다. 에뛰드 가맹점 수 역시 2022년 말 66개에서 현재 15개로 4년 새 4분의 1 수준이 됐다.

명동, 홍대 등 주요 상권에 두세 곳씩 내던 로드숍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배경엔 소비 패턴 변화가 있다. 하나의 브랜드에서 스킨부터 로션, 크림까지 라인업의 모든 제품을 맞춰 사용하기보다 피부 상태나 고민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골라 쓰는 트렌드가 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만 아니라 무신사, 다이소, 컬리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브랜드를 비교해볼 수 있는 멀티브랜드숍이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 이유”라고 봤다.

로드숍 브랜드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 위주로 매장을 전개하는 동시에 올리브영, 다이소 등 ‘뜨는’ 채널로의 입점을 확대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블씨엔씨(078520)는 지난 2023년 어퓨의 가맹 사업을 접고 자사몰을 포함해 네이버·다이소·올리브영·무신사 등에 입점했고 미샤도 지난해부터 직영점·면세 채널을 정비하면서 해외·디지털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다채널 전략 성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매출액 1414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2%, 34.1% 늘었고 투쿨포스쿨도 매출액 932억원, 영업이익 29억원으로 같은 기간 22.4%, 343.6% 증가했다. 스킨푸드는 영업이익이 1년 새 5.7% 줄어든 99억원에 그쳤지만 매출액이 3.6% 늘어난 809억원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멀티브랜드숍에서도 이들 브랜드는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7월~올해 6월 올리브영에서의 에뛰드·바닐라코·스킨푸드·이니스프리·투쿨포스쿨·홀리카홀리카·토니모리 등 7개사 구매 추정액은 5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은 “로드숍 시장이 축소되면서 존재감이 약해졌지만 브랜드 자체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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