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N으로 한판 고?"…자동차 업계 '게임'에 빠지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2:02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스마트폰 화면을 켜자 아반떼 N이 게임 속 차고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차체 외관을 취향껏 꾸민 뒤 레이스에 뛰어든다. 가속 버튼을 눌러 속도를 높이고 굽이진 코너를 파고드는 동안 차량의 디자인과 주행 감성을 자연스럽게 체험한다. 다른 이용자들과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다 보면 게임 속 브랜드 경험은 어느새 현실의 시승 못지않게 생생해진다.

모바일 게임 '레이싱 마스터'에 구현된 현대 N 모델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모바일 게임 '레이싱 마스터'에 구현된 현대 N 모델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게임과 e스포츠를 새로운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향후 핵심 구매층으로 성장할 젊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접하도록 하고, 미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모바일 레이싱 게임 ‘레이싱 마스터’와 손잡고 공식 e스포츠 대회인 ‘현대 N×레이싱 마스터 컵’을 개최한다.

대회 결승전에서는 아반떼 N이 공식 경기 차량으로 등장한다. 게임에는 아반떼 N뿐만 아니라 아이오닉 5 N, 벨로스터 N, 투싼 N 라인, N 비전 74 등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이 다수 구현돼 있다. 이용자들은 각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모델별 디자인과 주행 특성을 체험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N은 현재 20여개 PC·콘솔·모바일 게임에 다양한 고성능 차량을 선보이며 이용자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브랜드 출범 초기부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심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와 협업해 왔으며, ‘포르자’, ‘아세토 코르사 EVO’ 등 주요 글로벌 게임으로 협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EV4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캐릭터 (사진=기아)
기아 EV4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캐릭터 (사진=기아)
기아 역시 크래프톤의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협업해 게임 속에 EV3·EV4·PV5 패신저를 선보이는 등 브랜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실제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뿐만 아니라 고유의 브랜드 사운드까지 구현해 이용자들이 각 차량의 특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게임을 브랜드 체험의 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BMW는 최근 고성능 경주차 ‘M4 GT3 EVO’를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와 ‘로켓리그’에 선보여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으며, 게임 세계관에서 영감을 얻은 가상 콘셉트카 ‘프로젝트 SMNR’도 공개했다. 포르쉐 역시 신차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을 포트나이트에서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 인기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 등장한 모습. (사진=포르쉐)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 인기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 등장한 모습. (사진=포르쉐)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게임 마케팅이 단순한 광고 노출이나 대회 후원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이용자가 게임 속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내·외관까지 취향에 맞게 꾸미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제 자동차는 가상공간에서도 직접 즐기고 소유하며 다른 이용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하나의 콘텐츠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들이 게임·e스포츠 협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미래 핵심 구매층인 젊은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아직 자동차 구매 시점에 이르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방식으로 브랜드와 차량을 각인시켜 호감도를 높이고, 향후 실제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BMW M4 GT3 EVO가 글로벌 인기 게임 ‘로켓리그’에 등장한 모습. (사진=BMW)
BMW M4 GT3 EVO가 글로벌 인기 게임 ‘로켓리그’에 등장한 모습. (사진=BMW)
특히 자동차처럼 가격이 높고 구매 주기가 긴 제품은 첫 구매 이전에 축적된 브랜드 경험이 향후 구매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임은 당장 구매 의사가 없는 잠재 고객에게도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차량을 직접 꾸미고 운전하는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광고보다 효과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게임과 e스포츠를 통해 브랜드의 매력과 차량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간접 체험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게임은 지역, 연령, 소득 수준의 제약을 넘어 전 세계의 폭넓은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마케팅 활동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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