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M&A 성과 ‘안갯속’…향후 투자 성적표 주목[파마리서치 딥시크③]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전 11:29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파마리서치(214450)가 가파른 실적 성장을 발판으로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자회사에서는 적자와 장부가액 감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회사가 다시 메디컬에스테틱 분야의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성장전략으로 내건 만큼 향후 M&A 투자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가 2021년 경영권을 인수한 의료기기업체 메디코슨은 올해 상반기 말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산은 약 55억원인 반면 부채는 약 58억원으로 자본총계가 -2억8800만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약 2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파마리서치는 2021년 메디코슨 지분 인수에 약 100억원을 투입했다. 파마리서치 별도재무제표상 메디코슨 투자주식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0원이 됐다. 상반기 메디코슨의 실적 부진으로 지분법 손실 약 7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장부가액이 0원이라는 것이 메디코슨의 기업가치 자체가 사라졌거나 투자금 전액을 잃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인수 이후 누적된 손실로 모회사의 별도재무제표상 투자자산 장부가치가 소진됐다는 점에서 그간 투자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파마리서치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4월 13일 이사회를 열어 메디코슨에 대한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실제 상반기 메디코슨에 빌려준 금액은 30억원으로, 2021년 지분 인수에 투입한 금액의 30%에 해당한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추가 지원 성격이지만 향후 실적 회복과 대여금 회수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4월 메디코슨 자금 대여, 5월 신규시설 투자, 6월 신규 자회사 설립과 자회사 대여금 지급·신용공여 등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그래픽=챗GPT)
파마리서치는 올해 4월 메디코슨 자금 대여, 5월 신규시설 투자, 6월 신규 자회사 설립과 자회사 대여금 지급·신용공여 등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그래픽=챗GPT)




◇일부 자회사 적자 지속…“기술·역량 확보 위한 전략적 투자”

메디코슨 외 일부 신사업 자회사도 아직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했다. 메디코슨과 플루토, 튜링바이오, 파마리서치 SG(Pharmaresearch SG) 등 4개사에 대한 최초 취득금액은 총 251억원이다. 이들 회사의 투자주식 장부가액 합계는 올해 상반기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약 26억원이다.

이 같은 차이를 곧바로 투자금 손실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장부가액은 해당 기업의 현재 시장가치나 실제 투자 회수금액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이들 투자가 금융수익을 얻기 위한 단순 지분투자가 아니라 본업과 연계할 기술과 사업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플루토는 인체·동물 치료제 개발, 메디코슨은 의료장비 개발, 튜링바이오는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했다"며 "개별 자회사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을 파마리서치 사업에 접목해 발생하는 중장기 시너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4개사가 올해 상반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순손실 규모는 △메디코슨 22억원 △플루토 13억원 △튜링바이오 10억원 △파마리서치 SG 11억원 등 총 56억원이다.

M&A 과정에서 인식한 일부 영업권의 손상도 발생했다. 연결 기준 영업권 누적 손상차손은 지난해 말 약 2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5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싱가포르 의료서비스업체 알파 오메가 메디칼(Alpha Omega Medical)과 관련해 지난해 말 남아 있던 약 8억원의 영업권이 올 상반기 전액 손상됐다.

파마리서치의 모든 자회사 투자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영위하는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판매법인 파마리서치메디케어 등은 실적을 내고 있다. 결국 개별 투자마다 성과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사업별 성과가 가시화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엔 본업 강화 M&A…메디컬에스테틱 시너지 관건

파마리서치가 앞으로 추진할 M&A는 기존 신사업 투자와 성격에서도 차이가 있다. 회사는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국내외 의료기기·화장품 생산·유통 분야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사업과 접점이 큰 메디컬에스테틱 분야에서 생산과 유통,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사업관리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 파마리서치 프론티어(PharmaResearch Frontier)를 설립하고 247억원을 출자했다. 같은달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 CG USA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CG USA의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파마리서치는 상반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만 2203억원을 보유하는 등 추가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활용해 해외 유통망과 생산능력, 제품 경쟁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강할 수 있느냐가 향후 M&A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파마리서치 이사회가 올해 초 자금운용 관련 내부 규정을 검토한 것도 늘어난 보유자금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2월 4일 이사회에서 자금운용 관련 내부 규정과 투자 한도 안건을 논의했으나 추가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출석이사 전원 의견에 따라 부결됐다. (그래픽=챗GPT)
파마리서치는 지난 2월 4일 이사회에서 자금운용 관련 내부 규정과 투자 한도 안건을 논의했으나 추가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출석이사 전원 의견에 따라 부결됐다. (그래픽=챗GPT)

지난 2월 4일 이사회에는 ‘투자업무 및 리스크 관리 규정 승인의 건’과 ‘자산 배분 및 투자 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됐다. 두 안건은 출석이사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이사회는 “자금운용 목적, 위험자산 운용 기준 및 의사결정 체계 등에 추가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해당 안건이 M&A나 자회사 투자 심사체계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회사의 자금운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내부 규정과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상정한 안건”이라며 “당시 자금운용을 통해 초과수익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시장 변동성 등을 고려해 해당 안건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운용 목적과 의사결정 체계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당시 안건이 부결됐다”며 “투자 한도와 위험자산의 구체적인 범위는 자금운용 및 리스크 관리에 관한 내부 기준인 만큼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투자전략 총괄' 정래승 이사…향후 M&A 성과 주목

향후 신규 M&A 과정에서는 투자전략 수립과 심사를 총괄하는 정래승 사내이사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정 이사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아들로, 지난해 초 파마리서치에 합류했다.

정 이사는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 파마리서치에서 투자전략 수립과 심사를 총괄하는 동시에 게임업체 픽셀리티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단 회사 측은 메디코슨과 플루토, 튜링바이오, 파마리서치 SG 등 기존 투자는 정 이사가 파마리서치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 투자 성과를 정 이사의 투자 판단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정 이사의 투자 역량을 본격적으로 평가할 무대는 앞으로 진행될 신규 M&A이다. 파마리서치가 검토하고 있는 M&A가 기존 사업과 밀접한 메디컬에스테틱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투자 대상 선별과 적정 기업가치 산정뿐 아니라 인수 후 통합(PMI), 기존 리쥬란 사업과 시너지 창출까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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