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서 면허증 반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동물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고, 농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사회는 수의사를 돈만 좇는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까.
정부와 국회의 동물의료 정책에 반발한 수의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은 수의사 면허증을 불태웠고, 문두환 수석부회장과 함께 삭발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우 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면 사회도 언젠가는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그러나 국회와 정부마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정말 이 사회가 수의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당초 예상한 1500명의 두 배인 3000명가량이 참석했다. 대한수의사회와 산하 단체를 비롯해 수의과대학 교수와 수의대생, 동물보건사,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국회 앞을 가득 메웠다.
"쓸모없는 면허, 제가 먼저 반납하겠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왼쪽)과 문두환 수석부회장이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서 삭발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우 회장은 선포식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발급한 수의사 면허증을 들어 보였다.
그는 "회원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 수의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지금 상황에서 정말 쓸모없고 필요 없는 우리의 면허를 제가 먼저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증에 직접 불을 붙이는 '면허 반납' 퍼포먼스를 벌였다. 문두환 수석부회장과 함께 삭발하며 정부와 국회에 관련 법안과 정책의 재검토도 요구했다.
우 회장은 수의사 면허가 단순히 책임만 부과하는 허가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의사 면허는 동물의 생명과 국민 건강, 국가 방역을 지키는 사회적 의무를 맡기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판단과 수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의사의 전문성과 권한을 존중하겠다는 국가와 사회의 엄중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에게 책임만 늘리고 판단과 권한을 약화하면 동물의료와 수의 분야 전체가 흔들린다"며 "그 피해는 결국 동물과 보호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철 대한수의사회 공보부회장이 집회 사회를 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수의사회는 진료기록 공개의 취지나 보호자의 알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자가진료와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등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 없이 공개 의무부터 확대하면 동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 회장은 "동물의료의 잘못된 악법과 관행은 그대로 둔 채 공개 의무부터 앞세우는 것은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것"이라며 "누구도 이번 행동을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훼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가격표로 보호자에게 실질적 도움 어려워"
조제열 서울대 수의과대 학장이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 참가해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및 진료기록부 공개 법안에 대해 우려 입장을 표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이번 정책에 대한 우려는 현직 임상수의사들만 제기한 것이 아니다. 수의과대학 교수와 동물보건사, 미래 수의사인 학생들도 잇달아 목소리를 냈다.
조제열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은 동물 진료비가 검사와 처치, 질환의 중증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단순한 가격표 공개는 오히려 보호자의 오해와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학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걱정된다"며 "이들은 가축전염병 방역의 최전선에서 국가 방역을 지키고 식품안전 문제를 해결할 미래의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학생들이 희망을 품고 수의사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헌영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장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책은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정책"이라며 "자가진료와 약물 오남용 위험을 안고 있는 진료기록부 공개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보건사·보호단체도 동물 안전 우려
2일 국회 앞 집회에 참가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한국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회, 한국동물보건사협회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도 집회에 동참했다.
김수연 한국동물보건사협회장은 동물병원 현장에서 임의 투약으로 상태가 악화한 동물들을 실제로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인터넷에서 본 정보나 과거 처방을 근거로 보호자가 임의로 약을 투여한 뒤 상태가 악화해 오는 반려동물이 있다"며 "남은 항생제를 다시 사용하거나 정해진 투약 방법을 따르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을 임의로 투여한 뒤 심각한 부작용으로 내원하는 반려동물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가능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씨알케이(CKR), 나비야사랑해, 팅커벨프로젝트 등 동물보호단체도 보호자의 알 권리와 함께 동물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료정보 공개가 실제 동물복지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현재 비전문가에게 허용된 진료행위의 범위와 동물용의약품 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연철 회장은 "정부와 대화할 것은 대화하고 설득할 것은 끝까지 설득하겠다"면서도 "수의사의 전문성과 동물의료의 미래를 훼손하는 결정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해피펫]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 참가한 서울시수의사회 관계자들 © 뉴스1 한송아 기자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 참가한 경북대 수의과대 학생들 © 뉴스1 한송아 기자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에 참가한 수의대 학생들 © 뉴스1 한송아 기자
대한수의사회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수의사법 개정안 반대 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9.2 © 뉴스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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