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수 증가의 상당부분을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에 기대고 있는데,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출 대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이 낮아져 법인 세수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와 부가가치세까지 감소할 수 있어 환율 하락이 내년 확장 재정 세입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2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820조 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이다.
이를 뒷받침할 국세 수입은 584조 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법인세가 전년보다 115조원가량 증가한 216조 70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 고환율이 법인세를 크게 늘려 잡은 배경이다.
문제는 최근 급격하게 달라진 환율 흐름이다. 기획처는 예산안을 편성할 때 8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의 환율 평균치를 산정해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 1490원, 국제유가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8.7원으로, 예산안에 반영된 수준보다 100원 넘게 떨어졌다.
환율 하락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세목은 관세와 수입 부가세다. 같은 1달러짜리 수입품이라도 환율이 낮아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액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관세와 수입 부가세의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수 역시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2014년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관세와 수입 부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세수펑크’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 10원 내리면 영업이익 3~5% 감소 추산
가장 큰 변수는 법인세다.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로 벌어들인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들고, 수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물론 환헤지(위험호피) 전략과 원자재·부품 수입 비용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기업과 업종별 영향은 다르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경우 원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 업종을 분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낮아지면 영업이익이 대체로 3~5%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조 6000억원 규모가 감소한다. 여기에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단순 적용하면 약 2조 40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환율에 이달 세입 재추계에서 30조~50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 환율이 하락하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만 내년 법인세수 전망이 단순히 환율 1490원을 전제로 산출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세수 추계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산출할 때 시장에서 예상하는 환율 수준인 1440원 안팎을 기준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환율에 따라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세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환율 흐름과 기업 실적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환율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세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약 1조달러에 달하는 만큼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단순 환산 기준으로 100조원 규모의 원화 매출 감소 효과가 생긴다”며 “원화가 구조적으로 강세 국면에 들어선다면 세입 측면에서 환율이 가장 큰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