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발표부터 결혼식까지…'이름값' 하는 다목적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삼성타운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평소 보이지 않던 결혼식장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을 따라 올라간 C동 5층 다목적홀에서는 오전 11시 첫 결혼식을 앞두고 예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밖에서는 결혼을 축하하는 화환이 하나둘 들어왔고 홀 안에는 꽃향기가 퍼졌다. 평일이면 각종 행사가 열리는 업무공간이 주말에는 삼성 임직원을 위한 예식장으로 바뀐다.



◇신제품 발표부터 백년가약까지…이름값 하는 다목적홀



결혼식 준비가 진행중인 서초사옥 다목적홀 모습(사진 = 조용석 기자)
결혼식 준비가 진행중인 서초사옥 다목적홀 모습(사진 = 조용석 기자)
다목적홀은 이름처럼 쓰임새가 다양하다. 삼성전자는 2009~2019년 이곳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2016년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임시 주주총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다만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주주가 많아지면서 현재는 수원에서 한다. 신제품 발표 행사는 물론 나눔콘서트와 대학생 봉사단 발대식 등 사내외 행사도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주말이면 예식 기준 약 250석 규모의 결혼식장으로 변한다.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각각 하루 네 차례 안팎의 예식이 이어진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은 대관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식사와 꽃 장식 등 예식에 필요한 비용만 별도로 부담하면 된다.

서초사옥 다목적홀은 사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예식장이다. 강남역과 가까워 수도권 각지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고 주차공간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한 삼성전자 임직원은 “결혼할 때 직원들은 통상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R4)와 서초사옥을 놓고 고민한다”며 “서초사옥은 강남이라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특히 부모님들은 자녀가 삼성에 다닌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어 좋아하신다”고 했다.

인기가 높은 만큼 원하는 날짜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현장에 모여 직접 제비를 뽑았다. 당사자가 해외 출장 등으로 참석하지 못하면 가족이 가족관계증명서와 당사자의 신분증을 들고 대신 추첨에 참여하기도 했다. 온라인 예약으로 바뀐 지금은 예약이 열리는 순간 접속해야 하는 ‘광클’ 경쟁이 벌어진다.

결혼식 피로연은 서초타운 지하 1·2층 식당이나 인근 연계 식당에서 진행한다.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 예식장 식대보다는 조금 더 싼 것으로 안다”며 “식당들은 주말에도 손님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사내 예식장이 주말에는 강남역 주변 상권에 손님을 보태는 셈이다.



◇식사·진료·육아 한곳에서…홍보관은 거점오피스로



지하 2층 직원식당은 약 1000석 규모다. 평일 아침·점심·저녁을 제공한다. 식당에서 직접 먹는 것 외에도 샌드위치와 컵밥 등을 포장해 사무실에서 먹을 수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며 포장 음식을 직접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경영진도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같은 층에는 사내 의원과 치과가 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파견된 의료진이 임직원을 진료한다. B동 지하 1층에는 피트니스센터가 마련돼 있다. 어린이집은 A동 3층과 C동 1층 두 곳에 있다. 2011년 당시 사옥에 처음 출근한 이건희 선대회장이 어린이집을 둘러보다가 어린이집이 한 곳뿐이어서 대기 순번이 길다는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지시해 두 곳으로 늘렸다고 한다.

C동에 자리했던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 딜라이트’는 2008년 문을 열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다가 2022년 운영을 종료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이 공간을 개방형 좌석과 집중업무 공간·회의실을 갖춘 임직원용 거점오피스 ‘딜라이트 서초’로 바꿨다. 수원이나 우면동 등 다른 사업장에서 서초사옥을 찾은 임직원도 좌석을 예약해 근무할 수 있다. 제품 체험과 판매 기능은 약 200m 떨어진 플래그십 매장 ‘삼성 강남’이 이어받았다.

통근버스가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한 삼성은 서초사옥에 대해서는 통근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데다 강남역 일대의 교통체증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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