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운 고조로 코스피가 사흘 만에 하락 전환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9.2 © 뉴스1 오대일 기자
'불확실성'은 증시에서 제일 공포스러운 단어다. 하락장이 확실하면 방어라도 할 수 있지만 방향성이 모호할 땐 달리 방법이 없다.
요즘 보면 정부가 가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체가 된 것 같다. 증시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뒤로 밀리거나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환율을 잡겠다며 졸속 추진됐던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대표적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해 대통령까지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코스닥 승강제도 상장사들의 반대가 빗발치며 내년 초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확인한 뒤 투심은 확 꺾였다. 정부가 특히 공을 들였던 코스닥 시장의 등락이 심했다. 정책 기대감이 극에 달했던 코스닥 30주년(7월1일) 한 달을 전후로 천스닥을 찍은 뒤 600선까지 밀려났다.
"역시 박스피, 역시 개미지옥 코스닥"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퇴직연금까지 끌어다 국내 증시에 진입했던 투자자들은 다시 미국 증시로 돈을 옮기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울기가 완만해도 시장이 우상향해야 장기 투자의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운 시장임을 다시 깨달은 셈이다.
중소 상장사들의 협조를 구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밸류업'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상장사 입장에선 잃을 게 더 많은 변화다. 코스닥 시장의 지난해 주식 회전율이 580%에 달했다고 한다. 1년에 5.8번, 거의 두 달마다 한 번씩 주주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두 달마다 '단타'를 치고 빠질 투자자를 위한 환원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제도가 개선돼도, 주주가 진짜 주인이 되는 경영보단 법령을 위배하지 않는 수준에서 면피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오천피, 삼천스닥. 숫자에 취해 섣불리 외쳤던 대책들이 불확실성만 키운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MSCI는 올해도 한국 시장의 선진국 시장 관찰대상국 지정을 미루면서, 제도 자체보단 실행력이 중요하다 봤다. 증시 체질을 바꾸겠단 진심은 알겠지만,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실질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금은 늦더라도 상장사들이 받아들일 만한 준비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완만하게 우상향하는, 길게 투자할 만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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