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6.2.11 © 뉴스1 김민지 기자
국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단축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납품업체가 보다 빨리 대금을 받아 자금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유통업체들은 직매입 거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오히려 중소·신생 업체의 발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티메프 사태'에…정산기한 현재 절반 수준으로 단축 추진
3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회에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이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통과하면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은 상품 수령일 기준 현행 최대 60일에서 35일로 줄어든다. 특약매입과 위수탁, 임대을 거래도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이번 개정안은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등을 계기로 추진됐다. 유통업체의 자금 사정이 악화할 경우 납품업체까지 연쇄적인 자금난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대금 지급 시기를 앞당겨 중소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금지급 관련 서면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평균 대금 지급 소요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임대을 20.4일이다.
반면 조사 당시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메가마트·M춘천점 54.5일, 쿠팡 52.3일, 전자랜드 52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 일부 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간은 35일을 넘었다.
2024.8.1 © 뉴스1 장수영 기자
"재고도 떠안는데 대금까지 빨리"…직매입 업계 부담
유통업계는 납품업체 보호라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직매입 거래에 일률적인 지급기한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 소비자에게 상품이 팔렸는지와 관계없이 대금을 지급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의 재고 위험도 유통업체가 부담한다. 특히 패션이나 계절상품, 생활용품 등은 향후 수개월 동안 판매할 물량을 미리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 지급기한이 단축되면 상품 판매로 현금을 회수하기 전에 납품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규모가 커지고, 같은 매입 규모를 유지하려면 이전보다 많은 운전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통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자금 부담이 상품 매입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한정된 자금으로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급 시점이 앞당겨지면 판매량을 예측하기 쉽고 회전율이 높은 상품을 우선 매입할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대기업 인기 브랜드는 판매 데이터가 충분하고 상품 회전율이 높아 자금을 비교적 빨리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중소·신생 브랜드는 판매 이력이 부족하고 수요 예측이 어려워 초도 발주량을 줄이거나 직매입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대금을 빨리 지급하자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재고 위험까지 유통업체가 부담하는 직매입의 지급기한을 크게 줄이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잘 팔리는 상품을 우선 매입하게 되고 판매가 검증된 대기업 브랜드보다 중소기업이나 신생 브랜드의 초도 물량과 발주 규모가 먼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상공인도 우려…"빠른 정산보다 발주 줄까 걱정" 일부 중소상공인·입점업체 단체에서도 지급기한 단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규제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는 2일 논평에서 "납품업체가 판매 대금을 신속히 회수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강제적으로 기한 단축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했다.이어 유통업체와 플랫폼의 자금 유동성이 경색될 경우 정산 중단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도 "개정안이 납품업체 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을 키워 발주 감소와 매출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대기업 중심의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 중소업체 판로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급격한 규제는 소량 매입 전환, 납품업체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마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납품업체의 대금 회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목표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다만 업계와 일부 중소상공인들은 거래 방식과 상품 회전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급기한을 일률적으로 단축할 경우 그 부담이 매입 축소를 거쳐 다시 중소 납품업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r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