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국서 LP했어?”…글로벌 운용사가 ‘픽’한 인재들[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06:18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아시아 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기관투자가(LP)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 대형 기관자금이 포진한 한국 시장이 아시아 펀드레이징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LP 네트워크를 확보한 인력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LP와의 관계를 쌓아온 인력이 아시아 전체 자금모집을 맡는 사례까지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

“너 한국서 LP했어?”…글로벌 운용사가 ‘픽’한 인재들[마켓인]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IG캐피털은 최근 최영희 전 블랙스톤 시니어매니징디렉터를 캐피털포메이션그룹 아시아 총괄로 영입했다. 최 총괄은 약 15년간 글로벌 사모시장에서 자금모집과 투자자 관계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HIG 합류 직전까지 블랙스톤에서 시니어매니징디렉터와 한국 ICS 총괄을 맡은 그는 블랙스톤 재직 기간 국내 주요 LP들과의 관계를 구축·확대했고, 한국 프라이빗웰스 펀드레이징 사업을 키우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IG는 운용자산 75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로, 중견기업 바이아웃을 중심으로 크레딧과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있다. 선순위·유니트랜치·후순위 대출 등 다양한 크레딧 전략도 운용한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최 총괄의 역할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최 총괄은 국내 기관투자가와 고액자산가 시장에서 쌓은 네트워크와 펀드레이징 경험을 바탕으로 HIG의 아시아 자금 유치를 총괄하게 된다.

사실 한국 기관투자가를 담당해온 인력이 아시아 전체 자금모집 책임자로 올라서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덤스스트리트파트너스는 한국 대표를 맡아온 조성우 파트너를 올해 2월 아시아 IR 총괄로 승진시켰다. 지난 2017년부터 한국 LP와의 관계 구축을 주도해온 그는 국내 55개 기관투자가로부터 약 32억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이 밖에 디지털 인프라 전문 운용사 디지털브릿지도 지난 2022년 안태 전 파트너스그룹 한국 대표를 아시아 캐피털포메이션 총괄로 영입했다.

한국 LP와 장기간 관계를 쌓아온 인력이 전략 인재로 부상한 배경에는 글로벌 사모시장의 펀드레이징 경쟁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사모시장 전반의 엑시트 지연으로 기존 LP에 대한 자금 환원이 늦어지면서 신규 펀드 모집 여건이 빡빡해지자 글로벌 GP들은 한국과 일본, 중동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자금조달 기반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관투자가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자금 유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기관마다 투자 기준과 의사결정 구조가 제각각인 만큼 오랜 기간 현지 LP를 상대하며 투자 성향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해온 인력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 번 맺은 관계가 후속 펀드 출자나 공동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사모시장의 특성상 이런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대체하기도 어렵다. 한국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을 아시아 전체 자금모집 책임자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쌓은 펀드레이징 경험이 아시아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경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PE와 크레딧, 인프라 등 다양한 대체투자 전략에 자금을 배분해온 만큼 이들을 상대해온 인력 역시 글로벌 상품과 기관영업 경험을 함께 축적해왔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한국처럼 대형 기관투자가가 밀집한 시장에서 검증된 펀드레이징 경험은 국내 영업을 넘어 아시아 전체 자금모집 전략을 맡길 수 있는 경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라며 "한국 LP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들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인력이 아시아 자금조달 조직의 핵심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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