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0% 다이어트'…AI·재정위험에 칼 뺀 정부, 109곳 손본다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3일, 오후 04:33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호중 행안부장관, 김윤덕 국토부장관, 허장 재경부2차관이 배석했다. 2026.9.3 © 뉴스1 이종덕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109곳을 줄이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복합위기 상시화라는 정책 환경 변화, 그리고 갈수록 팽창하는 공공기관의 조직·부채가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방안'에 '공공기관 다이어트(DIET) 2026'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방안 이름은 △다이내믹 게임체인저(Dynamic game changer) △통합된 조직(Integrated entities) △효율적 플레이어(Efficient player) △투명한 시스템(Transparent system)의 앞글자를 땄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국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 국민 만족도를 높이며, 비용 절감을 통해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기관 수 445→525개…부채 769조 '재정 위험요인'
정부가 이번 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정책 환경 변화가 있다.

먼저 AI 대전환과 복합위기 상시화다. 과거에는 기관별로 업무를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 유효했지만, AI 대전환으로 기관 간 유기적 연결과 융합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등 복합위기가 상시화하면서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집해 대응 역량을 통합할 필요성도 커졌다.

재정여력 축소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면서 정부의 재정여력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월 인구구조 변화로 총수입은 줄고 총지출은 늘면서 통합재정수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서 2072년 -11.6%까지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간 공공기관들이 유사·중복 기능을 개별적으로, 분산해서 운영하며 고정비용과 중복 관리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요자 눈높이 상승도 배경 중 하나다. 민간 서비스가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고도화하면서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기대 수준도 함께 높아졌지만, 기관별로 분산된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는 이런 기대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몸집은 최근 들어 빠르게 불어났다. 지역·부처·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기관 유치 경쟁 등으로 공공기관(지정유보 포함) 수는 2007년 411개에서 올해 525개까지 늘었다.

임직원 정원도 2010년 24만 7000명에서 지난해 43만 2000명까지 증가했고, 인건비 예산은 2020년 29조 6000억 원에서 지난 37조 7000억 원으로 불었다.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 부채는 2020년 542조 원에서 지난해 769조 원까지 늘었고, 부채비율도 2021년 154.8%에서 지난 2023년 183.0%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174.1%로 소폭 낮아진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조직·인력 팽창과 부채 누적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잠재적 재정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진단했다.

기관 간 연계와 협업체계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발전 5사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2001년 전력사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발전부문을 5개사로 분할했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 등을 위해서는 발전사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와 전략적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 흩어진 공공기관 사무소 문제도 거론됐다. 국산 김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수출하려는 한 식품기업이 수출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공공기관의 LA 해외지사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100㎞를 이동해야 했다는 보도 사례를 정부는 근거로 제시했다.

(재정경제부 제공)

발전·항만·석유가스 하나로…LH는 쪼개고, 자회사 83곳 정리
이번 개혁은 전략적 구조개혁(15곳), 유사·중복기능 일원화(11곳),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83곳) 등 세 갈래로 나뉜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적 구조개혁 대상은 국가 인프라 관련 기관들이다.

한국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발전 5사는 가칭 '한국발전'으로 단일법인화한다. 통합재무구조로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중복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합쳐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고,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개편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해 국가 차원의 통합적 에너지 전략을 수립한다. 정부는 주요국이 석유·천연가스를 통합 관리해 해외광구 입찰·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삼척 도계광업소를 끝으로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아 사실상 기능이 종료된 대한석탄공사는 청산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조 5900억 원에 달하고, 영업활동 없이 연간 750억 원 이상의 이자비용만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반대로 쪼개진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을 맡는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담당하는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한다. 개발과 주거복지라는 성격이 다른 업무를 한 기관이 동시에 수행하면서 주택공급 속도가 저하되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가중되는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는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한 뒤 자산공사에 출연해 주거복지 재원으로 쓰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은 통합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운임·마일리지 등 이용 편의를 개선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먼저 추진한 뒤 통합 여부를 재검토하되, 양 공항공사의 보안 업무는 분리해 항공보안 전문기관으로 통합한다.

박물관·과학관 등 전시·관람기관은 부처별 1개 운영기관 체제로 재편해 광주·대구·부산·강원의 국립과학관 4곳, 해양 분야 전시·관람기관 3곳 등을 각각 합친다.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대상은 정원 100명 이상 중·대규모 기관들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가칭 '노사발전교육재단'으로 합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도 각각 통합 대상에 올랐다.

해외에 분산된 공공기관 사무소를 한곳에 모으는 'K-마루' 사업도 확대한다. 유휴공간이 있는 코트라(KOTRA) 무역관을 활용해 LA·하노이·두바이·브뤼셀·나이로비 등 5곳에서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해외사무소가 5개 이상 몰려 있는 자카르타·호치민·모스크바·마닐라·뉴욕·상하이 등 주요 도시로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감축 규모가 가장 큰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은 모회사와의 업무 연관성, 기관 간 기능 유사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 공공기관의 시설관리 자회사 5곳은 가칭 '정책금융FMC'로, 고객관리 자회사 2곳은 가칭 '정책금융CS'로 합친다.

항만공사의 보안·시설관리 자회사 5곳은 가칭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으로 통합한다. 정원 100명 미만 소규모기관 중에서는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이 가칭 '식품안전정책개발원'으로,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가칭 '국악문화산업진흥원'으로 묶인다.

정부는 통폐합 대상 기관 직원에 대해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처우가 낮아지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한시 정액 수당과 선택적 복지비 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부처별 세부 개혁안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상정을 거쳐 관련 법률 제·개정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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