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4일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 인프라를 3단계로 구축한다. 내년 2월부터 바로 적용되는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를 토큰화한다. 현금, 미국 단기 국채, 환매 조건부 채권 등 안전하면서 유동성이 높은 전통 금융 자산을 모아 토큰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채는 우선 원리금 지급 중심의 일반채권으로 한정하고 주식연계채권 등은 제외한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유통을 먼저 시험한 뒤 2단계에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증권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주식은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신탁한 뒤 토큰증권 형태의 ‘비상장주식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주식의 의결권이나 배당, 신주인수권 등 복잡한 권리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에서는 수익증권 권리를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조각투자는 상대적으로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내년 2월부터 공모증권 토큰화를 허용한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상장주식을 대상으로 한 토큰화 모델 검증과 시범사업도 병행한다. 금융당국은 미국 예탁결제기관 DTC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이 진행 중인 분산원장 결제 파일럿 프로그램을 참고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초기에는 토큰증권 거래대금을 기존 현금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오프체인 방식으로 정산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디지털자산기본법) 이후에는 증권과 결제수단을 모두 블록체인상에서 주고받는 구조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토큰증권 원장과 스테이블코인 원장을 연결하는 ‘상호운용 기술’도 검토한다. 브릿지 기관을 두고 원장을 연결하거나 메인넷을 기술적으로 직접 연계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이론·실증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2·3단계 전환 시점은 1단계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자료=금융위원회, 그래프=챗GPT)
이에 따라 개별 규모가 작아 단독으로 증권화하기 어려웠던 자산도 여러 개를 묶어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음원 저작재산권을 단일 앨범이나 특정 가수의 대표곡 단위로 묶거나 항공기 본 엔진과 비상용 예비엔진을 함께 기초자산으로 구성하는 사례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장래매출채권처럼 향후 발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자산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각투자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체결된 물품공급·매매계약 등 기초 법률관계가 존재해 권리를 특정할 수 있고 가까운 장래에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보완 등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경우에 한해서다.
다만 주거용 주택이나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는 상업용 부동산, 카지노 등 사행성 산업 관련 자산,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산은 원칙적으로 기초자산으로 사용할 수 없다. 자산보유자는 부실자산 유동화를 막기 위해 수익증권 발행 후 발행 물량의 5% 이상을 신탁 종료 때까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한 청약 기준도 마련했다. 금융위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1인당 청약한도를 상품별 특성에 따라 정하도록 하되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중 작은 금액’을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전문투자자에게는 별도 청약한도를 두지 않는 방식을 예시로 들었다.
공모 물량을 특정 투자자에게 몰아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투자자 배정 최소 비율과 균등배정 최소 비율도 회사 내규에 미리 정하도록 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청약기간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에서 5영업일의 청약기간을 부여하는 사례를 예시로 제시했다.
투자자의 적합성 확인도 의무화한다. 발행인과 투자중개업자는 청약 전 투자 목적과 금융상품 이해도, 기대이익과 기대손실에 대한 태도 등을 확인하고 서명·녹취 등의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 수익증권의 권리와 원금보장 여부, 투자위험 등에 관한 별도 투자적합성 테스트를 실시하고 결과에 유효기간을 두는 방식도 제시됐다.
유통 단계에서는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기존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나 장외거래소는 기존 인가 범위 안에서 별도의 추가 인가 없이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다. 다만 장외거래소가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려면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토큰화된 채권 유통시장 확대에 대비해 일반투자자도 이용할 수 있는 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도 신설한다. 투자계약증권은 공유지분 변경 등 유통 과정에서 추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만큼 연구용역을 거쳐 별도 인가단위 신설 여부를 검토한다.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거래한도는 거래소별 연간 순매수액 기준 1억원으로 정한다. 순매수액은 해당 장외거래소에서 발생한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뺀 금액이다. 금융당국은 실제 시장 정착 추이와 투자자 보호 상황에 따라 한도의 적절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고객 계좌를 개설·관리할 수 있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의 세부 요건도 확정했다. 발행인이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 40억원을 확보하고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을 갖춰야 한다. 전산·보안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전산설비 요건도 적용한다.
예탁결제원은 분산원장의 참여자와 합의 알고리즘, 보안, 계좌·종목관리 등 토큰증권 전자등록 심사기준을 표준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분산원장 장애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복구체계와 비상 대응 프로토콜 등을 갖추고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 준하는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토큰증권 제도화를 담은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발행 허용 범위와 장외거래소 인가단위·거래한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모범규준은 현재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되고 있는 조각투자에도 즉시 적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