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전방위 제재'에 학계 우려…"규제 판단, 행위에서 효과로 옮겨야"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4일, 오후 04:18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 어반322에서 열린 '플랫폼기업 규제 평가와 대안'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진행하고 있다(자유기업원 제공). 2026.9.4/뉴스1

최근 정부가 쿠팡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판단 기준을 행위에서 효과로 옮기고 사후 제재 중심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기업원과 좋은규제시민포럼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 어반322에서 '플랫폼기업 규제 평가와 대안'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최근 쿠팡을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사우대 제재와 기업집단·동일인 규제, 개인정보 제재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하나의 기업에 복수의 규제 수단이 중첩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세미나는 이러한 규제 방식이 적정한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규제 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는 쿠팡 사태를 개별 기업의 위법 시비가 아니라 규제체계의 문제로 규정했다.

실제 쿠팡은 공정위로부터 자사우대 혐의로 과징금 1400억 원과 검찰 고발을 당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6426억 원 처분을 받았다. 또 비슷한 시기 10여 개 부처의 조사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이 교수는 마진율이 높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접근성 높은 매대에 배치하는 것은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보편적인 관행이라며,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근거 없이 행위의 외형만으로 제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위와 관련해서는 조사와 의결을 한 기관이 처리하는 권한 구조를 지적했다. 재벌 규제용으로 만든 동일인 지정제도가 미국 상장사인 쿠팡 Inc.의 이사회 의장에게까지 적용되는 상황도 문제로 꼽았다.

대안으로는 규제의 판단 기준을 행위에서 효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EU식 사전지정제 추종을 중단하고 실제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후생 감소를 사후에 실증하는 체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와 의결 조직을 분리하고 변호인 입회권과 비밀유지특권을 명문화해야 하며, 동일인 지정제도는 폐지하고 2200여 개에 이르는 경영자 형벌 조항은 과징금·행정벌과 민사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유통 규제에 대해서는 새벽배송을 제한해 온라인을 오프라인 수준으로 맞추는 대신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먼저 풀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전규제의 성과를 실증 연구로 검증했다.

지 교수가 EU 27개국의 스타트업 투자 1034건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이후 신규 창업과 투자 규모가 줄었고, 유럽 서비스산업 매출은 0.05~0.6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애플의 수수료 인하 혜택은 86% 이상이 EU 역외 개발자에게 돌아갔다.

지 교수는 플랫폼의 수수료와 가격, 검색 노출, 결제가 하나의 가격 구조를 이루는 만큼 특정 행위를 금지해도 그 이익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이전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장실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사전규제가 최선의 대응이라는 결론은 별개이며, 규제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규제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회상 강원대 경제학 교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금지하려는 4대 행위의 후생 효과가 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사우대는 플랫폼의 협상력이 높을 경우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고, 끼워팔기는 저렴한 묶음 제공과 신규 진입을 통한 경쟁 촉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 교수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양분하던 시장에 쿠팡이츠가 진입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정 교수는 요기요 최저가보장제 사건의 대법원 무죄 확정과 네이버 사건의 파기환송을 들어 공정위가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한 경우에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 교수는 "EU 규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며 "DMA의 주요 대상은 미국계 플랫폼이지만 한국은 국내외 플랫폼이 경쟁하는 구조여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이 어려우면 규제가 국내 사업자에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의 목적을 기준으로 논의를 정리했다. 규제는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후생을 늘리기 위한 것이며, 특정 기업이나 사업모델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해를 규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좋은 규제의 13대 조건' 가운데 국민순편익과 과학적 근거, 중복 방지, 최소침해, 혁신 촉진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알고리즘 규제는 자사우대 자체보다 소비자 기만과 실질적 경쟁배제를 겨냥해야 한다"며 "새벽배송은 배송 시간이 아니라 과로와 건강위험을 직접 규제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와 개인정보위, 고용노동부가 같은 사실관계를 반복 조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와 자료 제출은 한 번으로 하고 법률 판단만 기관별로 수행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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