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1차 총파업 집회에서 만난 국책은행 노조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우선 이전 대상에서 금융위원회는 일단 빠졌지만, 확실히 제외한다는 발표가 나오지 않는 한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1차 총파업 집회에는 금융노조 추산 3만명이 집결한 가운데, 이 중 지방 이전 추진 대상으로 언급되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이른바 ‘3대 국책은행’ 소속 노조원은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2000명 이상, 수출입은행 800명 이상, IBK기업은행 3000명 이상으로, 각 은행에서 상당수 노조원이 이번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금융노조 추산 3만명이 참여했다.(사진=임유경 기자)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다양한 자원이 한곳에 집적돼야 경쟁력을 발휘한다”며 “싱가포르·홍콩·뉴욕 등 주요 금융 중심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금융회사들이 서울에 밀집해 있는 만큼 국책은행만 지방으로 옮길 경우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 시 업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방 이전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벤처투자, 대기업 여신 등 시장에서 금융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지방 투자나 정부 배당 등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본점과 주요 부서가 지방으로 이동하면 시장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딜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지방 투자나 정부 배당 여력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금융기관을 단순히 지방으로 옮기는 방식보다는 서울에서 금융 경쟁력을 유지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지방에 투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수출입은행이 해외 발주처와 매년 약 1000회에 달하는 미팅을 진행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본점이 세종·부산·나주 등으로 이전할 경우 해외 발주처와 만나기 위해 다시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행정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국제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인력 이탈과 그에 따른 전문성 약화도 국책은행 노조가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다. 수출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 이뤄질 경우 근속 5년 이하의 젊은 인력이 상당수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국제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단기간에 교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력 유출이 곧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결의문에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력 이탈과 정주 여건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논리다.
이번 1차 총파업 이후에도 국책은행 노조의 강경 대응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지방 이전 논의가 반복된 산업은행은 총파업이 끝나더라도 지부 차원의 별도 교섭과 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또 3대 국책은행은 필요할 경우 공동 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각 은행 노조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저지 이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청년채용 확대, 실질임금 인상,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동안 30차례가 넘는 실무교섭과 대표교섭을 이어왔지만 핵심 요구에 대한 사측의 책임 있는 답변은 없었다”면서 “오늘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우리의 노동조건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끝까지 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