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밀어내고 로봇이 전면에…IFA 뒤덮은 中 ‘AI 인해전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후 09:07

[베를린=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세요.”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이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 전시관에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이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 전시관에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이 개막한 독일 메세 베를린. 샤오미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손으로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자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이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나머지 절반을 채웠다. 주먹을 내밀면 로봇도 주먹을 맞대며 인사했다. 로봇의 동작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중국어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참가한 중국 기업은 932곳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샤오미와 TCL, 하이센스 등 대형 부스는 개막 직후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가장 많은 시선이 향한 곳은 냉장고나 세탁기, TV가 아니라 각양각색의 로봇이었다.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네 대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일제히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네 대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일제히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TCL의 가족형 로봇 ‘헤이 에이미(hey AiMe)’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눈을 깜빡이며 관람객의 손짓에 반응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TCL의 가족형 로봇 ‘헤이 에이미(hey AiMe)’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눈을 깜빡이며 관람객의 손짓에 반응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유니트리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G1 네 대가 동시에 팔과 다리를 뻗으며 ‘칼군무’를 췄다. 절도 있는 동작이 이어질 때마다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바로 옆에서는 집 안에서 사람과 생활하는 로봇들이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TCL의 가족형 로봇 ‘헤이 에이미’는 둥근 눈을 깜빡이며 사람의 손짓을 따라왔다. 하이센스의 이동형 로봇은 이용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화면을 가로·세로로 돌렸다. 손을 흔들면 표정을 띄우고 하트를 만들면 윙크로 화답했다. 도봇의 판다형 로봇 ‘로버 X1 오톤 로머 판다 판다보’는 머리를 쓰다듬자 몸을 흔들었고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도봇의 판다형 로봇 ‘로버 X1 오톤 로머 판다 판다보’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과 함께 움직임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도봇의 판다형 로봇 ‘로버 X1 오톤 로머 판다 판다보’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과 함께 움직임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이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 전시관에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이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 전시관에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화려한 춤으로 기술력을 알리는 로봇과 사람의 표정·손짓에 반응하는 로봇이 한 전시장에 섞였다. 걷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데 머물렀던 중국 로봇 경쟁이 반려·교육·촬영 등 가정에서 맡을 역할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IFA는 올해 미래기술 전시관 ‘IFA 넥스트’를 약 300개 업체 규모로 확대했고, 5일에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무대에 오르는 ‘로봇 온 더 런웨이’를 연다.

샤오미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미래형 콘셉트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샤오미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미래형 콘셉트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송재민 기자)
단품 아닌 ‘집 전체’ 판다…中 AI홈도 성큼

로봇 부스를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거실과 침실, 주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이 이어졌다. 중국 업체들은 제품을 종류별로 늘어놓는 대신 실제 집처럼 꾸민 공간에서 TV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가 함께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업체들이 앞서온 AI홈 경쟁에 중국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TCL이 꾸민 침실에서는 ‘프레시인 3.0 울트라’ 에어컨이 이용자의 수면 상태를 감지해 온도와 바람, 커튼을 단계별로 조절했다. 잠자리에 들면 실내 공기질과 수면 환경을 살펴 숙면에 적합한 조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TCL은 AI 모델을 활용해 기존 인버터 운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37% 추가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TV에서는 생성형 AI ‘제미나이’와 대화하며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받거나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었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의 TCL 전시관에 AI로 수면 환경을 관리하는 ‘프레시인 3.0 울트라’ 에어컨이 전시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의 TCL 전시관에 AI로 수면 환경을 관리하는 ‘프레시인 3.0 울트라’ 에어컨이 전시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하이센스의 전시장에서도 냉장고와 오븐, 세탁기와 건조기가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체 운영체제 ‘V AIOS’가 이용자의 식재료와 의류 상태, 실내 환경을 파악해 필요한 기기를 함께 작동시키는 구조다. AI로 개별 가전을 켜고 끄는 수준을 넘어 집 전체가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샤오미는 이 같은 연결을 집 밖까지 확장했다. 전시관에 마련된 주방과 거실, 침실을 지나자 전기차 SU7과 미래형 콘셉트카가 나타났다. 그 옆에서는 사이버원이 관람객과 손을 맞대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출발한 샤오미가 가전과 자동차, 로봇까지 사업을 넓혀온 흐름을 관람 동선에 그대로 담은 것이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가전업체 하 하이센스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가전업체 하 하이센스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올해 IFA에 처음 참가한 샤오미는 3300㎡가 넘는 공간에 380여종을 배치했다. 주방·청소·공기관리·홈엔터테인먼트·보안·개인용 기기·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전시를 따라 걷다 보면 자동차로 귀가하면서 집 안 온도를 조절하고 도착 전에 가전을 작동시키는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장 규모보다 눈에 띈 것은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서로 다른 제품을 하나의 운영체제 안에 넣겠다는 구상이었다.

레이프 린드너 IFA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레이프 린드너 IFA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레이프 린드너 IFA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중국 기업을 비롯한 주요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린드너 CEO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휴머노이드가 참가한다”며 “미래 기술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IFA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가전과 홈엔터테인먼트, 스마트홈, 모빌리티, 미래기술 등으로 구성된 IFA 2026은 ‘미래는 지금’을 주제로 오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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