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참관객들이 LG전자가 선보인 '가전 오케스트라'를 관람하고 있다. 2026. 9. 4/뉴스1황진중 기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일(현지시간) 독일 메세 베를린(Messe Berlin) 18홀에 마련된 LG전자(066570) 부스는 문을 연 직후부터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대형 화면 속 로봇이 두 팔을 지휘봉처럼 움직이자 단상에 늘어선 냉장고와 세탁기, TV가 하나의 연주단처럼 빛났다.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비껴가며 제품을 살폈고, 앞이 보이지 않자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촬영했다.
전시장 밖 베를린 하늘은 온종일 회색빛이었지만 안쪽은 형형색색 화면과 신제품 불빛으로 밝았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살피던 발길은 인공지능(AI) 안경과 휴머노이드, 착용형 로봇, 전기차 앞에서도 멈췄다. 올해 IFA는 개별 가전의 성능보다 AI가 집과 일터, 이동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무대에 가까웠다.
IFA 2026은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열린다. 1924년 출범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로 올해는 49개국 약 1900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날씨가 흐린 베를린에서 IFA 2026이 열리고 있다. 2026. 9. 4/뉴스1황진중 기자
로봇 지휘에 가전 '합주'…LG 부스 인산인해
LG전자 부스의 첫인상은 '연결'이었다. 입구의 16m 길이 키네틱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영상과 함께 'LG 클로이드'(CLOiD)가 지휘자로 등장했다. 화면 아래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TV, 냉난방공조(HVAC) 설루션이 계단식으로 배치됐다.
가전이 각자 기능을 자랑하는 기존 전시 방식과 달리 여러 제품이 AI의 지휘 아래 함께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영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관람객들은 화면과 가전을 번갈아 바라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안쪽 AI 홈 공간에서는 사용자의 일정과 취향, 집 안 상황을 파악하는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ThinQ Claw)를 만날 수 있었다. 손님이 방문한다는 계획을 입력하면 보유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메뉴를 추천하고 조리 가전과 관련 서비스를 연결하는 식이다. 복잡한 자동화 규칙을 설정하지 않아도 대화만으로 필요한 일을 찾아 수행하도록 했다.
IFA 2026 참관객들이 LG전자 부스에서 오디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 9. 4/뉴스1황진중 기자
돌비 애트모스 플렉스커넥트를 적용한 'LG 사운드 스위트 AI' 체험 공간 앞에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여러 스피커가 놓인 위치와 공간 구조를 분석해 소리를 조율하는 시연이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귀를 기울인 채 화면과 스피커를 번갈아 살폈다.
삼성전자가 IFA 2026에서 크리에이터 허브 공간을 마련하고 체험형 전시를 위해 '갤럭시 폴드 8 울트라'를 전시하고 있다. 2026. 9. 4/뉴스1 황진중 기자
냉장고가 식재료 인식…폴더블폰 따라 'AI 방 탈출'
삼성전자(005930)는 AI 기술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직접 사용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베를린 도심 훔볼트 카레(Humboldt Carré)에 마련한 단독 전시관의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문에는 대형 화면이 달렸다. 날씨와 일정, 레시피 등 생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AI 비전 인사이드'로 내부 식재료를 인식한다.
메세 베를린의 'IFA 크리에이터 허브'는 흰색 외벽 안쪽을 네온사인과 한국 길거리 분위기로 꾸몄다. 관람객은 갤럭시 Z 폴드8에 탑재된 구글 제미나이의 안내를 받아 비스포크 AI 세탁기와 TV 등을 활용한 방 탈출 미션을 수행했다.
AI 냉장고가 파악한 식재료 수량을 맞히는 게임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화면을 누르거나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AI 기능을 확인했다. 제품 사양을 읽는 전시보다 게임과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의 편의성을 체감하도록 한 구성이다.
IFA 2026 참관객이 샤오미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손 하트를 만들고 있다. 2026. 9. 4/뉴스1황진중 기자
벽 가득 채운 샤오미 가전…휴머노이드와 '손하트'
IFA에 처음 참가한 샤오미 부스에서는 전시 규모부터 물량 공세가 느껴졌다. 한쪽 벽에는 크기별 미니 LED TV가 걸렸고, 다른 벽에는 미지아 무선 청소기가 줄지어 섰다. 중앙에는 촬영 장면을 후면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샤오미 AI 글라스'가 자리 잡았다.
전시장 한복판은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샤오미는 SU7 맥스와 고성능 전기차 SU7 울트라, 콘셉트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를 나란히 전시했다. 차량은 자체 운영체제인 하이퍼OS를 통해 스마트폰과 집 안 가전으로 연결된다. 차 안에서 집의 조명과 냉난방을 제어하거나 귀가 시간에 맞춰 실내 환경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샤오미가 IFA 2026에서 전기 세단 'SU7'을 전시하고 있다. 2026. 9. 4/뉴스1 황진중 기자
침실 형태의 AI 홈에서는 사람이 책을 집어 들자 조명과 커튼, TV, 에어컨이 독서 환경에 맞춰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를 잇는 '사람·자동차·집'(Human × Car × Home) 생태계를 380여개 제품으로 압축해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 앞에서는 관람객들의 카메라 세례가 이어졌다. 한 관람객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과 손하트를 만들자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카메라가 일제히 향했다.
FRT로보틱스 관계자가 IFA 2026에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웨어러블 제품을 입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 2026. 9. 4/뉴스1황진중 기자
로봇은 사람의 몸에도 가까워졌다. 국내 기업 FRT로보틱스 전시 공간에서는 작업자가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생수병이 담긴 상자를 들어 올렸다.
기구 구조가 허리와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해 물류·제조 현장의 작업 부담을 줄이는 제품이다. 네 개의 팔을 펼친 뉴로메카의 산업용 로봇 주변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이날 전시장에서 AI는 화면 속에서 질문에 답하는 챗봇에 머물지 않았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확인하고 집 안 가전을 움직였으며 자동차와 생활 공간을 연결했다. 안경을 통해 사람의 눈이 되고 웨어러블 로봇으로 근력을 보탰다.
올해 IFA의 경쟁 기준은 제품 한 대가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라 AI가 사람의 일상에서 몇 번의 손길을 덜어줄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었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