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문재 부모의 교통사고…같은 사고, 다른 '보험금'[영화in 보험산책]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5일, 오전 09:00

넷플릭스 '들쥐'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제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 형사 '순용'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문재는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필명으로 활동하며 소설을 연달아 히트시킨 천재 작가다.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그는 지난 3년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세상과 단절돼 살아왔다.

그런 문재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는 친구이자 회계사인 수현이다. 수현은 문재를 대신해 돈과 명의를 관리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문재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지문을 인식하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현을 통해 새 휴대전화를 받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문 인식이 되지 않아 결제도 할 수 없고 은행 앱에도 접속할 수 없다.

급기야 문재의 집에 부동산 중개인과 낯선 부부가 찾아와 자신들이 이 집을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당황한 문재는 수현에게 연락하지만, 그의 전화번호마저 이미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다.

문재는 수현을 찾기 위해 결국 3년 만에 집 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세상에는 의문의 인물이 문재의 이름과 얼굴을 차지한 채 '제문재'로 살아가고 있었다.

문재가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데는 부모의 죽음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문재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어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바다에 빠지면서 함께 타고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숨졌다.

겉으로는 평범한 교통사고처럼 보였지만 문재는 부모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사고 직전 자신의 손톱을 잘라 남겨두고 갔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교통사고는 어머니가 자신뿐 아니라 남편까지 죽음으로 몰고 간 자살이자 살인이었던 셈이다. 실제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보험사 직원들도 사고 정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보험사기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문재는 어떤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같은 차에서 같은 사고로 숨진 문재의 부모에게 서로 다른 보험금 지급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 부모의 교통사고는 어머니에게는 '자살', 아버지에게는 '재해'가 될 수 있다.

우선 사고가 고의성이 없는 일반적인 교통사고로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부모 모두 재해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입한 보험과 특약에 따라 일반사망보험금과 함께 재해사망보험금도 지급된다. 재해사망보험금이 추가되면서 전체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약관에서 정한 재해로 사망했을 때 지급된다. 손해보험에서는 '상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험에서 말하는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연성 △급격성 △외래성을 따지는데, 우연성은 피보험자가 예측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급격성은 사고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래성은 신체 내부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문재의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차량을 바다로 몰았다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발생시킨 사고인 만큼 원칙적으로 재해사망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원칙적으로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다. 다만 약관에서 정한 면책기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일반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 면책기간은 통상 2년이다.

또 자살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의 어머니가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만으로 재해사망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록과 사고 정황 등을 통해 정상적인 판단과 자기통제가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아버지는 다르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고 사고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다.

따라서 어머니에게는 '자살'인 사건이 아버지에게는 '재해'로 인정돼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보험사기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찰과 보험사의 조사 결과 문재의 부모가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계약자나 수익자 등이 고의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일반사망보험금을 포함한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결국 같은 차에서 같은 순간 목숨을 잃은 문재의 부모라도 보험에서는 똑같은 '교통사고 사망'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구의 의지로 사고가 발생했고, 각 피보험자에게 사고가 우연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자살, 다른 사람에게는 재해가 될 수 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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