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형 도어핸들 (사진=로이터)
어느 순간 전기차들의 문손잡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를 잡으시오’ 친절하게 알려주던 손잡이 대신, 평소에는 차체 안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제 차례가 와야 빼꼼 고개를 내미는 매립형 도어핸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멀쩡한 손잡이를 굳이 왜 안으로 숨겼을까? 이유인즉슨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한 뼘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란다. 차체 표면의 돌출부를 줄이면 공기 흐름이 매끄러워지고 그만큼 공기저항도 낮아진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논리다.
그 자그마한 손잡이 좀 숨겼다고 주행거리가 늘어날까. 과학은 때때로 우리의 직관을 배반한다지만 이번만큼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제조사들은 매립형 손잡이가 공기저항을 줄인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몇km나 더 달릴 수 있는지는 숫자로 밝히지 않는다.
테슬라 모델 S의 전동식 매립형 도어핸들 작동 방식 (사진=테슬라)
문제는 공력 개선 효과는 미미하지만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불편은 그미미하지 않다는 점이다. 차량마다 손잡이 작동 방식이 제각각이라 처음 접한 이용자는 문 하나 열겠다고 눈치게임을 벌여야 한다. 짐을 들었거나 장갑을 낀 상태에서는 한 손으로 열기도 쉽지 않고, 눈이나 진흙이 틈새에 끼면 손잡이가 아예 꿈쩍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전동식 매립형 손잡이에는 모터·센서 등 각종 부품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고장 위험도 크다. 이런 구동장치가 차량 무게를 약 8kg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바람의 저항을 덜겠다고 차체 무게를 늘리는것이 가당키는 한 일인가.
여기까지의 불편은 첨단기술을 체험하는 비용이려니 ‘허허’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 웃음기는 싹 가신다. 충격으로 전원이 끊기거나 제어장치가 손상되면 전동 손잡이도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으면 구조자는 문 앞에서 발이 묶이고, 탑승자를 구할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폭스바겐 ID.4에 적용된 고정식 반매립형 도어핸들 (사진=폭스바겐)
앞으로는 전동식 매립형 손잡이를 대신해 차체 밖으로 크게 튀어나오지 않으면서도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기계식 반매립형 손잡이가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전과 편의를 내주지 않고도 멋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멋을 부렸느냐가 아니라 멋을 위해 본분까지 포기했느냐다. 주행거리 1km 더 얻겠다고 문여는 일은 복잡하게 만들고 안전까지 희생했다면 “손잡이 없애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소비자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