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없애고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아車차]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5일, 오전 11:01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 똑똑하다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할까요. 몸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자동차의 호불호 포인트, 그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편집자주>

매립형 도어핸들 (사진=로이터)
매립형 도어핸들 (사진=로이터)
요즘은 자동차에 타려면 먼저 간단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손잡이의 한쪽을 누르고, 반대쪽이 튀어나오면 붙잡아 당길 것. 방법을 모르겠으면 먼저 탄 사람의 손놀림을 슬쩍 훔쳐보거나 차주에게 정답을 물어야 한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차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손잡이 하나 다룰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을 능멸하듯이.

어느 순간 전기차들의 문손잡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를 잡으시오’ 친절하게 알려주던 손잡이 대신, 평소에는 차체 안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제 차례가 와야 빼꼼 고개를 내미는 매립형 도어핸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멀쩡한 손잡이를 굳이 왜 안으로 숨겼을까? 이유인즉슨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한 뼘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란다. 차체 표면의 돌출부를 줄이면 공기 흐름이 매끄러워지고 그만큼 공기저항도 낮아진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논리다.

그 자그마한 손잡이 좀 숨겼다고 주행거리가 늘어날까. 과학은 때때로 우리의 직관을 배반한다지만 이번만큼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제조사들은 매립형 손잡이가 공기저항을 줄인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몇km나 더 달릴 수 있는지는 숫자로 밝히지 않는다.

테슬라 모델 S의 전동식 매립형 도어핸들 작동 방식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 S의 전동식 매립형 도어핸들 작동 방식 (사진=테슬라)
다행히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항공우주학회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돌출형 손잡이는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를 약 0.0003~0.0014 높인다고 한다. 이를 일반적인 전기차에 대입하면 매립형 손잡이로 늘어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고작 1km 안팎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공력 개선 효과는 미미하지만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불편은 그미미하지 않다는 점이다. 차량마다 손잡이 작동 방식이 제각각이라 처음 접한 이용자는 문 하나 열겠다고 눈치게임을 벌여야 한다. 짐을 들었거나 장갑을 낀 상태에서는 한 손으로 열기도 쉽지 않고, 눈이나 진흙이 틈새에 끼면 손잡이가 아예 꿈쩍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전동식 매립형 손잡이에는 모터·센서 등 각종 부품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고장 위험도 크다. 이런 구동장치가 차량 무게를 약 8kg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바람의 저항을 덜겠다고 차체 무게를 늘리는것이 가당키는 한 일인가.

여기까지의 불편은 첨단기술을 체험하는 비용이려니 ‘허허’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 웃음기는 싹 가신다. 충격으로 전원이 끊기거나 제어장치가 손상되면 전동 손잡이도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으면 구조자는 문 앞에서 발이 묶이고, 탑승자를 구할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폭스바겐 ID.4에 적용된 고정식 반매립형 도어핸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 ID.4에 적용된 고정식 반매립형 도어핸들 (사진=폭스바겐)
그렇다고 매립형 손잡이를 실속 없는 유행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툭 튀어나온 손잡이가 사라지면서 외관이 한결 보기 좋아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차체 옆면은 마치 미래에서 온 자동차처럼 보인다.

앞으로는 전동식 매립형 손잡이를 대신해 차체 밖으로 크게 튀어나오지 않으면서도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기계식 반매립형 손잡이가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전과 편의를 내주지 않고도 멋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멋을 부렸느냐가 아니라 멋을 위해 본분까지 포기했느냐다. 주행거리 1km 더 얻겠다고 문여는 일은 복잡하게 만들고 안전까지 희생했다면 “손잡이 없애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소비자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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