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논의 본격화에 농어업계 '전면전'…정부 설득 최대 난제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6일, 오전 07:00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에서 농어업 분야 학계·연구기관·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CPTPP 관련 농어업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농어업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가입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농어업계는 추가 시장개방이 국내 농어업 생산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와 농어업 피해 우려가 맞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농어업계의 우려를 얼마나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농어업을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계기로 만들어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내년 20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무역협정으로 인한 농어업 피해를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CPTPP 가입 시 멕시코 '최대 50% 관세' 장벽 넘는 효과
6일 산업부에 따르면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 농어업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해 CPTPP 가입에 따른 농어업 분야 영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싱가포르·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고수준 다자무역협정이다. 신규 가입국은 기존 당사국의 컨센서스를 얻어 가입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신규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한국은 CPTPP 당사국 가운데 멕시코·일본과는 양자 FTA가 없지만, 영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과는 양자 FTA를 맺었거나 기존 협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번 가입으로 인한 가장 큰 효과로는 멕시코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멕시코는 올해 1월부터 한국처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철강·자동차 부품·섬유 등 1463개 품목에 최대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는 이미 다수의 자동차, 전자, 철강 기업이 진출한 상태로,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대표적 생산 거점으로 평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멕시코 관세 조치에 따른 주요 무역상대국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0.03%), 중국(-0.007%), 인도(-0.003%), 미국(-0.0009%) 순으로 무역수지 감소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IEP 보고서는 "절대적인 무역수지 감소량은 중국이 크지만, GDP 대비 무역수지 감소율은 한국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철폐 확대로 농어업 피해 불가피…농어업계 저지 투쟁 준비
지난달 정부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후, 농어업계 반발은 본격화되고 있다.

CPTPP 회원국 중에는 농·축산업 경쟁력이 높은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이 포함돼 있어 추가적 시장 개방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농어업계에 따르면 CPTPP 회원국 간 평균 관세 철폐율은 92%로, 한국은 72%보다 높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입 시도를 공식화했으나, 국내 농어업계 반발과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최종 가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정부의 가입 시도 본격화 이후 농어업계 반발도 일고 있다. 지난 1일 '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가입 시도 저지 투쟁을 공식화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폭등하는 생산비와 기후 위기로 삼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CPTPP는 그 어떤 통상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만큼, 국내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결국 농업생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금지) 2026.9.5 /뉴스1

정부, 충분한 소통·농어촌상생기금 2000억 출연 '투트랙 접근'
정부가 CPTPP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려면 통상조약법에 따른 국내 절차로 국회 소관 상임위에 가입 추진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2022년 정부의 CPTPP 가입 추진도 공청회와 가입 추진계획 의결까지 마쳤지만, 국회 상임위 보고를 끝내지 못하면서 공식 가입신청서 제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농어업계 의견 반영을 위해 관계 부처·전문가와 소통을 이어가고, 조만간 업계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세부 업종·품목별 우려를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CPTPP 가입 검토 과정에서 농어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소통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업계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조만간 마련하여 세부 업종·품목별로 현장의 우려와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이를 향후 가입 검토 과정에 충실히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어업계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관계 부처와 논의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중 FTA 비준 논의를 계기로 시작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내년 예산 2000억 원 출연을 편성하기도 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시장개방의 이익을 얻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농어촌과 성과를 나누자는 취지로 도입된 FTA 보완 대책이다. 그러나 출연이 법정 부담이 아닌 자율 방식으로 설계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규모의 재원 조성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당초 10년간 1조원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2026년 6월 기준 누적 조성액은 약 3200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출연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부족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완해 기금 조성 당시 농어업계에 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7년도에 2000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3~4년에 걸쳐 출연해 농업계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출연하기 때문에 사업 내용, 관리시스템 등을 재정 당국 및 전문가들과 보완해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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