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어올린 경상흑자…GDP 대비 비율 사상 첫 20% 넘보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전 10:03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사상 처음 20%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더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과거 ‘불황형 흑자’와 달리 수출 호조가 경상흑자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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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경상흑자율 ‘역대급’…IB 전망 줄상향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지난 7월 평균 14.7%에서 8월 16.0%로 한 달 새 1.3%포인트 상승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증권자금 순유출 압력도 완화되면서 국내 외화자금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전망치를 장기간 수정하지 않아 4.0%를 제시한 UBS를 제외하면 평균치는 17.7%까지 높아진다. 노무라는 19.7%, 골드만삭스는 18.7%, 씨티는 18%대까지 전망치를 끌어올리며 20%에 근접한 경상흑자율을 예상하고 있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과거와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1%가 종전 최고치다. 당시에는 경기 침체로 수입과 투자가 급감하면서 흑자가 커지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성격이 강했지만, 올해는 반도체 수출 증가와 교역조건 개선이 흑자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씨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LTA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출 호황이 향후 수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AI 데이터센터의 견조한 수요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9월 메모리 현물가격이 10~2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경상흑자는 이미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 7월 경상수지는 420억 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가 404억 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고 해외 직접투자에서 발생한 배당수입과 유보이익 재투자수익도 늘면서 본원소득수지 호조가 이어졌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기존 2500억달러에서 4500억달러로 대폭 높였다. 이미 올해 1~7월 누적 흑자는 2330억 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4배에 달한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경상흑자…GDP 대비 비율 사상 첫 20% 넘보나
◇대만 턱밑까지 따라붙은 韓

특히 반도체 수출 강국인 대만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바클리와 UBS를 제외한 6개 IB의 평균 전망치를 비교하면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한국 18.1%, 대만 21.5%로 격차가 3.4%포인트에 그친다. 지난해 말만 해도 양국 전망치 격차가 10%포인트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축소된 것이다.

JP모건은 한국의 경상흑자율을 18.1%, 대만을 13.0%로 전망해 주요 IB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이 대만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파운드리 중심인 대만보다 한국이 이번 반도체 사이클의 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경상흑자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 압력 완화로 외화 수급 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7월 이후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는 향후 외화 수급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충분한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며 “기업 영업이익 증가로 국민소득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배를 둘러싼 갈등과 과도한 유동성 창출에 따른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미 투자 확대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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