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넘어 집 전체 판다…삼성·LG, 中 공세에 'AI홈' 고도화 승부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후 03:38

[베를린=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이 개막한 독일 메세 베를린 전시관은 가전매장보다 여러 채의 집에 가까웠다. 거실과 주방, 침실을 본뜬 공간에 TV와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이 놓였고 모바일 기기와 조명, 에너지·보안 서비스가 그 사이를 연결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한 대의 성능을 겨루던 가전쇼가 ‘집 전체’를 파는 인공지능(AI) 홈 경쟁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LG전자 전시관에 침실을 구현한 인공지능(AI)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LG전자 전시관에 침실을 구현한 인공지능(AI)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곳은 중국 업체들이었다. 올해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932곳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전에는 저렴한 제품을 빼곡하게 진열해 물량을 과시했다면, 올해는 TV와 생활가전, 모바일, 자동차, 로봇을 하나로 연결한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은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인테리어를 결합한 ‘인스퍼레이션 해비타트’를 꾸몄다. 침실에서는 AI가 이용자의 수면 상태와 실내 공기질을 감지해 에어컨과 커튼을 조절했다. 하이센스는 ‘AI 컴패니언 스위트’를 통해 주방, 세탁, 공조, 에너지 관리가 이용자의 상황에 맞춰 함께 작동하는 집을 구현했다.

IFA에 처음 참가한 샤오미는 3300㎡ 규모 전시관에 스마트폰과 가전, 전기차, 휴머노이드 등 380여종을 배치했다. 주방과 거실, 침실을 지나면 전기차와 로봇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사람×자동차×집’ 생태계를 제시했다. 유니트리, 애지봇, 도봇 등 로봇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의 공세는 저가 가전에서 AI홈과 피지컬 AI로 확장됐다.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AI홈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차별화의 문턱도 높아졌다. 여러 가전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이용자의 생활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해 기기와 서비스를 움직이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TCL 전시관의 ‘인스피레이션 해비타트’에 침실을 본뜬 인공지능(AI)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TCL 전시관의 ‘인스피레이션 해비타트’에 침실을 본뜬 인공지능(AI)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가전 중심의 AI홈을 생활 전반으로 확장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웨어러블을 연결해 여가·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AI 리빙’을, LG전자는 이용자의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먼저 실행하는 ‘AI 집사’를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AI 리빙은 TV와 생활가전뿐 아니라 스마트폰·워치·링 등을 연동해 이용자의 일상을 관리한다. 가전이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고 갤럭시 기기와 삼성 헬스가 수면과 운동 등 건강 상태를 살피는 모습을 실제 주거공간 형태로 구현했다.

전시 방식도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전시장을 메세 베를린 시티큐브에서 베를린 도심 훔볼트 카레의 초청형 공간으로 옮겼다. 유럽 거래선이 AI 리빙의 기능과 기기 간 연동을 직접 경험하고 사업 가능성을 논의하도록 한 것이다. 메세 베를린에서는 ‘크리에이터 허브’를 운영해 소비자 접점을 유지했다.

LG전자는 연결된 가전을 AI가 직접 움직이는 실행형 AI홈에 무게를 실었다.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에 메신저로 귀가를 알리면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냉난방기와 조명을 미리 작동한다. 향후 제품 이상을 감지해 유지관리를 제안하고 소모품 구매와 구독 서비스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훔볼트 카레에 마련된 삼성전자 ‘삼성 커넥트’ 전시장에서 유럽 거래선과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훔볼트 카레에 마련된 삼성전자 ‘삼성 커넥트’ 전시장에서 유럽 거래선과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에너지 관리 범위도 집 전체로 넓혔다.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를 활용해 생활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동하고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통합 관리한다. 전시공간의 약 46%는 비즈니스 파트너 전용 상담 공간으로 마련해 AI홈과 빌트인 솔루션의 공급 확대에 나섰다.

AI홈은 정체된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이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스마트홈 가전 시장은 연 14.9%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체들 입장에서는 AI홈을 통해 단품 판매에 머물던 수익구조를 서비스까지 넓힐 수 있다. 고객의 생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지관리와 에너지 절감, 구독·커머스 등 새로운 매출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중국 업체들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 공세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전에는 가격과 용량이 경쟁 요소였다면 지금은 제품에 고객 경험을 얼마나 담아내느냐로 경쟁의 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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