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25 © 뉴스1 임세영 기자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지방 이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뇌부를 둘러싼 인사설까지 겹치면서 금융당국 내부가 뒤숭숭하다. 수개월째 이어진 '세종 이전' 논란이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고위직 연쇄 이동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조직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행정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서 법무부 등 현재 행복도시법상 이전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기관들이 우선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이전 여부와 구체적인 시점은 일단 4분기 이후로 결론이 미뤄진 모양새다.
금융위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금융위가 법률상 이전 제외 기관이 아닌 만큼 이번 발표에서 우선순위에서 비껴갔을 뿐 결국 '세종행은 기정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공존한다.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직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직원들의 시선은 수개월째 업무 책상이 아닌 '지방 이전'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갇혀 있다. 지방 이전은 단순한 근무지 변경을 넘어 1주택 자산 가치 변동, 주거 안정성, 배우자 직장 문제, 자녀 교육 문제 등 생활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전 시점과 방식, 정주 지원책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방 이전 생존 전략'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한 금융위 직원은 "지방 이전과 관련한 소문만 무성한 채 최종 결정이 계속 미뤄지다 보니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당장 내려가는 것인지, 내려간다면 언제인지, 정주 여건은 어떻게 되는지 모두 생활과 직결된 문제인데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금융위를 넘어 연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 공공기관과 유관기관으로도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저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광화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노조 역시 임직원 172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지방 이전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위 수뇌부와 고위직의 거취를 둘러싼 인사설까지 가세했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후임 후보군으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이름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후속 인사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금융위 내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를 비롯해 금융당국이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만큼 당장 수뇌부가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경제·금융정책 경험이 풍부한 정통 관료인 만큼 최종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1급 고위직의 거취도 변수다.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최근 Sh수협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 지원하며 금융위 내부를 술렁이게 했다. 현직 금융위 1급 간부가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뛰어든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향후 인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1급 간부인 박민우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도 한국자금중개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이동이 현실화하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후속 승진·전보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방 이전에 수뇌부와 고위직 인사 변수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금융위 내부에서는 하반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감사를 비롯해 금융시장 현안과 주요 입법·정책 과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라는 직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고위직 인사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조직 전체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정감사 등 하반기 주요 일정과 정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은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금융노동자 총파업 집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와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9.4 © 뉴스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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