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열리는 오는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선'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양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측 후보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고려아연 측의 이사회 장악력 유지와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기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기준 총 14명이다.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 구도다. 본래 이사회 정원은 19명이라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등 5명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집중투표 속 고려아연-영풍·MBK,이사 2명씩 확보
집중투표란 복수의 이사 선임 시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이번 임시주총 이사 4인 선임 안건에선 이사 선임 인원(4인)수만큼 의결권이 부여된다. 보유주식 수의 4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집중하거나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 행사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41.1%,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7.9%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 모두 4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는 상황이다. 영풍·MBK 측은 40% 넘는 지분으로 2석이 확실히 보장되지만 4석 전부(80%)를 가져가기엔 역부족이다. 마찬가지로 최 회장 측 역시 2석까지는 방어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측과 MBK·영풍 측은 각각 2명의 후보를 추천한 상태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나눠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선출될 경우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11명, 영풍·MBK 측 7명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임시주총 이후에도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감사위원 선임,의결권 자문사 8 대 1…고려아연 우세
1명의 감사위원 선임에는 4명 이사 선임과 달리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이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3% 룰 하에서는 지분율만으로 감사위원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기관투자자·소액주주 표심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의결권 자문사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안건에 찬성·반대 의견을 제공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8곳이 고려아연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만 유일하게 백 후보에 반대하고 박 후보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주요 자문사들이 백 후보를 지지한 핵심 배경으로는 감사위원에게 요구되는 회계·감사 및 내부통제 분야의 전문성이 꼽힌다. 현 감사위원회에 공인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가 부재하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에서 30년 가까이 파트너로 재직하면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최근 회계처리 및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해 감사위원회의 전문적인 감독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자문사들이 백 후보의 경험과 전문성이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제련소 건설사업 '크루서블'…美정부도 주목
최 회장 측이 주도하는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중요성도 주주들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추진하는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이다. 동과 은,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미국 정부가 지정·관리하는 핵심광물 11종과 반도체 황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최 회장 측 경영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저널(FPJ)은 지난달 25일 특별 기고문을 통해 "MBK가 영풍을 지원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성공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매체는 "이전에 MBK·영풍은 전략자산을 미국의 통제 속에 두게 됨으로써 한국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특히 MBK가 중국 베이징 보웨이(Bowei), 자동차·렌터카업체 선저우주처(神州租車·CAR Inc)와 거래한 이력을 언급하며 "이러한 MBK의 중국 내 사업적 연결고리를 고려하면, MBK가 고려아연에 행사하려는 지배력은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younm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