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제넨셀 사태가 드러낸 신약 데이터 검증의 구멍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전 06:02

[데스크의 눈]제넨셀 사태가 드러낸 신약 데이터 검증의 구멍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 신속처리 요청’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청탁 여부 못지않게 눈에 들어오는 문제가 있다. 김 후보자가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 처리를 요청했던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과정에서 드러난 신약 연구개발(R&D) 데이터 검증 허점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는 2024년 12월19일 제넨셀 설립자 강세찬 경희대 교수의 위계공무집행방해·약사법 위반 등 사건(2024고합58)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식약처에 제출된 동물실험 자료였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식약처는 유효성을 뒷받침할 추가 근거를 요구했다. 2021년 1월22일 사전상담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제넨셀이 제시한 인도 임상 2상 결과에 유의성이 없다며 2상부터 다시 신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해 6월23일 두 번째 사전상담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재차 판단했다. 코로나19 관련 작용기전 자료가 미비하다며 햄스터 동물실험 자료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제넨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햄스터를 대상으로 시행한 시험에서 고용량 투여군의 햄스터가 죽었다. 약물 역류와 토혈이 관찰됐고 살아남은 햄스터에서도 위중한 상태와 심한 폐 비대증이 나타났다. 하지만 판결문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식약처에 제출된 최종보고서에서 삭제됐다.

실제 수행한 시험과 다른 내용의 자료도 제출됐다. 1심 재판부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마치 해당 실험을 실시한 것처럼 작성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제넨셀은 문제의 동물실험 자료를 포함해 9월23일 임상 2·3상을 정식 신청했다. 식약처 담당자는 일주일 뒤 해당 비임상자료가 적합하다는 취지의 내부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후 심사와 보완 절차를 거쳐 10월26일 ES16001의 임상 2·3상을 승인했다.

김 후보자의 요청이 임상 승인에 영향을 끼쳤다는 정치권 의혹과 별개로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개발사가 실험 결과를 왜곡하거나 불리한 데이터를 빼고 제출했음에도 규제기관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개발사가 제출한 모든 비임상시험의 원자료를 일일이 검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이 적용되는 시험에서는 원자료 보존과 품질보증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시험기관 실사와 데이터 감사(data audit)를 통해 최종보고서가 실제 원자료를 정확하게 반영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제넨셀에서 문제가 된 것은 비임상 ‘효력시험’인 만큼 이를 FDA의 GLP 감사 대상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GLP 등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보고서에서 불리한 실험 결과가 사라졌을 때 이를 실제로 찾아낼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

좋은 결과만 신약개발 데이터가 아니다. 약효가 없거나 동물이 사망한 결과도 중요한 데이터다. 데이터가 왜곡되면 제대로 된 심사도 불가능하다. 식약처는 최종보고서와 원자료를 대조·검증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이전 성과도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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