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안 했는데 현지서 팔렸다…K-뷰티 '가품 리스크' 경계령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7일, 오전 06:10

지난 7월 중국 광저우에서 단속된 에이피알 화장품 가품 제조 현장. (에이피알 제공)

해외에서 K-뷰티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품 대응과 해외 유통망 관리가 새로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인기 제품을 모방한 가품이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국경을 넘으면서 공식 수출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가품은 제조 과정이나 사용 성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브랜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공식 수출 기록엔 없는 배치가 싱가포르서…에이피알 "정품 여부 확인 중"
7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지난달 28일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에 대해 현지 판매업체 비너스 뷰티가 판매한 2개 샘플에서 수단 IV가 검출됐다면서 제품 회수 조치를 내렸다. 수단 IV는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색소다.

반면 에이피알 싱가포르 법인(APR SG)과 리로라 인터내셔널이 제출한 제품에서는 수단 IV가 검출되지 않았다. HSA는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배치의 판매 재개를 허용했다. 검출량도 미량으로 기존 사용에 따른 심각한 건강 위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단 IV가 검출된 제품의 유통경로다. 에이피알이 내부 출고 내역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된 배치는 회사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비너스 뷰티 역시 에이피알이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공식 유통사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 단계에서 싱가포르에서 적발된 제품을 가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에이피알은 현재 해당 제품의 정품 여부와 정확한 출처, 실제 유통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은 출처와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워 가품 여부를 판단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도 제품의 진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자체보다 브랜드사가 직접 관리하는 유통망 밖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제조·보관·유통 과정까지 기업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중국 광저우에서 단속된 에이피알 화장품 가품 제조 현장. (에이피알 제공)

수출 커지자 가품도 확산…"성장에 쓸 자원, 대응에 투입될 수도"
K-뷰티의 해외 시장이 커질수록 가품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동시에 해외에서 적발·차단되는 K-뷰티 위조상품도 늘고 있다. 지식재산처 집계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2023년 1만 6774건에서 2024년 2만 3494건, 지난해 3만 6116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 범위도 아시아를 넘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는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 점이 압류됐다. 중국 광저우에서도 메디큐브 6개 품목의 모방품 6000여 개가 적발된 바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가품이 정품과 같은 브랜드명을 달고 소비자에게 판매되더라도 기업은 제품의 안전성을 보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가품은 제품에 어떤 성분이 사용됐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정식 품질관리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제조·보관 과정 역시 알기 어렵다"며 "소비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제품 제조나 유통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소비자가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브랜드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품 유통을 찾아내기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문제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판매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유통경로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위조 화장품을 개별 브랜드 차원의 문제로만 두지 않고 범부처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와 지식재산처, 관세청은 올해 1월 K화장품 위조상품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합동 협력체계를 가동한 데 이어 지난 6월 대한화장품협회와 4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개 기관은 반기마다 민관협의체를 열어 위조 화장품 유통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정책을 협의하는 한편 해외 온라인 시장의 위조상품 실태조사와 업계 교육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면서 유통 국가와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가품 대응에 투입되는 비용과 관리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성장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가품 대응에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차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