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000조 예산' 시대 온다…반도체 호황 꺾이면 '확장 재정' 부담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7일, 오전 06:02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얘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 © 뉴스1 김기남 기자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나라살림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면서 2030년에는 연간 총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2029년 지출 계획도 957조 원까지 불어난 만큼 '1000조 예산' 시대가 더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출 확대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라는 점이다.세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빠르게 줄어들 수 있지만 한번 늘어난 정부 지출은 되돌리기 어려워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보다 일찍 꺾일 경우 확장된 재정 규모가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9년 957조 4000억 원…'1000조 예산' 조기 진입 가능성
지난 3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총지출은 내년 820조 9000억 원에서 2028년 894조 6000억 원, 2029년 957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난 뒤 2030년 1005조 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향후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4%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 처음으로 총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선다. 다만 2029년 계획치도 1000조 원과 불과 42조 6000억 원 차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이 경제·재정 여건 변화에 따라 매년 수정되는 만큼 향후 지출 전망이 추가로 상향되면 '1000조 예산' 진입 시점이 1년가량 빨라질 여지도 있다.

정부의 중기 지출 경로는 1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9년 총지출은 834조 7000억 원으로 제시됐지만 올해 계획에서는 957조 4000억 원으로 122조 7000억 원 늘었다. 2027년 전망도 764조 4000억 원에서 820조 9000억 원으로, 2028년은 802조 6000억 원에서 894조 6000억 원으로 각각 상향됐다.

반도체 세수 기대 지출 확대…불황 땐 재정 부담 확대
정부가 이처럼 지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있다. 기획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등을 토대로 국세수입이 2026~2030년 연평균 1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 4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는 AI 혁명으로 반도체 수출이 잘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법인세가 예외적으로 많이 걷히는 상황"이라며 "세수에 여유가 있다고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예산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 법인세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지금의 재정 확장 기조가 지속된다면 5년, 10년 뒤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에 따른 세수 변동은 이미 현실화한 전례가 있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2023년 국세수입은 전년보다 51조 9000억 원 감소했고, 세수결손은 56조 4000억 원에 달했다.

내년에도 당시와 같은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이를 다른 세입이나 지출 감축으로 메우지 못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재정지표는 크게 달라진다. 정부가 내년 GDP 대비 -0.1%로 전망한 관리재정수지는 약 -1.9%까지 악화하고, 국가채무비율 역시 48.3%에서 약 50.1%로 다시 50%를 넘어설 수 있다. 이는 동일 규모의 세수결손이 그대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고 가정한 단순 산술 계산이다.

한번 늘어나면 손대기 어려운 의무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의무지출은 내년 426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537조 9000억 원으로 111조 1000억 원 늘어 연평균 8.5% 증가한다.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내년 52.0%에서 2030년 53.5%로 높아진다. 세입 여건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정하기 쉬운 재량지출에 더 큰 구조조정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재정운용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경기가 좋을 때 정부 지출을 줄이고 경기가 둔화할 때 늘리는 식으로 재정지출이 경기와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지출이 세수를 따라가면 정부 지출까지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성장률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정부 "반도체 호황 지속 전제 아냐"…2028년부터 지출 증가율 낮춘다
정부도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중기계획을 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내년 총지출을 12.8% 늘린 뒤 증가율을 2028년 9.0%, 2029년 7.0%,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낮춰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장기 추세를 웃도는 내국세 증가분은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향후 세수결손이 발생할 경우 재정여력을 보강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현재의 반도체 세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다"며 "국세수입은 2028년부터 3% 수준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전제를 깔고 총지출 증가율을 9%, 7%, 5% 수준으로 연착륙시키면서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가채무가 올해 1412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1734조 1000억 원으로 321조 3000억 원 늘더라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같은 기간 50.6%에서 49.0%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GDP 대비 -0.1%에서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로 다시 악화할 전망이다.

seohyun.shi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