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배’ 공공기관 이전은 실패만 나눠 갖는 일[기자수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전 06:11

[세종=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을 최대한 지역으로 옮겨 인구와 일자리를 분산하고,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동시에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전의 필요성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어느 기관을 어디로 옮길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9년까지 진행된 1차 이전으로 수도권에 몰린 기관과 일자리는 지방으로 일부 분산됐지만, 민간기업 유치와 인구 정착 등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기관과 인력만 옮겨서는 지역에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아직 이전 대상과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선 물밑 유치 경쟁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 공공기관을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수도권 집중에서 소외돼 온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고르게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형평성이 ‘기관 수 맞추기’로 변질돼선 안 된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달래기 위해 기관을 한두 곳씩 흩어놓으면 기능 간 연계는 약해지고 이전 효과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모든 지역에 하나씩 쥐여주는 방식은 당장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의 성장동력을 만들지는 못한다. 공공기관 배치가 지역별 몫 나누기로 흐르는 순간 2차 이전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전 기관의 명단을 짜기 앞서 명확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다. 기관의 기능과 지역 여건이 맞는지, 핵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민간의 일자리와 투자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기관별 배치 기준과 검토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원칙이 불분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흥정과 지역 안배의 산물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균형발전은 기관 수를 지역별로 맞추는 산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전한 기관이 지역에 일자리와 투자를 남기고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일이다. 지역 안배는 이를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지역 안배에 갇힌 이전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실패를 나눠 갖는 일일 뿐이다.

한성숙(가운데)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함께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성숙(가운데)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함께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