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7일 법조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최근 구글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과징금 부과액 421억원을 전액 취소했다.
이번 사건은 구글이 게임사들에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를 조건으로 첫 화면 노출(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해 경쟁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원스토어 배제’ 사건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앱마켓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이용해 원스토어의 성장을 저해했다고 판단해 2023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다.
법원은 구글의 이 같은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에 해당한다는 공정위의 판단 자체는 받아들였다. 위반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적용한 과징금 부과율 2.3%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 범위는 지나치게 넓게 잡았다고 봤다. 법원은 공정위가 구글의 위반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전체 게임 개발사와 비(非)게임 앱에서 발생한 매출까지 과징금 산정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판결의 핵심은 구글의 불공정 행위 자체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율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과징금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 산정 범위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고법의 판단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된다면 공정위는 판결 취지에 맞춰 관련매출액 범위를 다시 정하고 과징금을 재산정하게 된다. 법원에서 과징금 납부명령이 취소됐더라도 위법행위 자체가 인정된 경우에는 판결 취지에 따라 과징금을 다시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의 법 위반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징금 421억원이 취소된 만큼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며 “통상 과징금 취소 판결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상고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이후 과징금 범위를 다시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법원이 법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 과징금 산정 방식만 문제 삼아 납부명령을 취소한 뒤, 공정위가 판결 취지에 따라 과징금을 다시 부과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KT-SK브로드밴드 시내전화 가격 담합 사건이 있다. 서울고법은 2007년 두 회사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을 각각 취소했고, 대법원은 2009년 6월 이를 확정했다. 공정위는 한 달 뒤 판결 취지를 반영해 당초 1152억 300만원이던 과징금을 967억 6900만원으로 재산정해 부과했다.
SK건설 케이스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서울고법은 서해선 복선전철 제5공구 입찰담합 사건에서 관급자재비를 관련매출액에 포함해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이 판결은 2018년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정위는 같은 해 5월 판결 취지에 따라 관급자재비 약 193억 6800만원을 관련매출액에서 제외하고 SK건설에 과징금 44억 2200만원을 다시 부과했다.
올해도 재산정 대상 과징금 규모는 적지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기업에 우선 환급한 과징금은 총 107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85%인 909억원이 재산정 대상이다. 반면 기업에 최종적으로 돌려주게 된 금액은 161억원으로 전체 환급액의 약 15% 수준이다.
한편, 공정위는 행정소송 결과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 경우 기존 부과액을 먼저 전액 환급한 뒤,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과징금을 재산정해 다시 부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