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돈만 '하루 50억'…부채 늪 빠진 소상공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후 04:53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골목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이들을 대신해 갚아주는 돈만 하루에 50억원꼴이다. 소상공인 재기를 위해 적극적인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근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가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근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가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채무 보증 사고액은 36만8027건, 사고 금액은 약 6조원이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면 지역신보는 채무 이행을 보증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올 들어서만 6만8477건(사고액 1조2134억원)에 이르는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보증사고당 대위변제액 증가세

올해 지역신보 보증 사고는 경기(1만848건)와 서울(9840건), 부산(6536건), 경북(5616건), 대구(4993건) 순으로 많았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많은 수도권과 오랜 지역경제 부진에 시달리는 영남권에 보증 사고가 몰린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신보는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전체 채무의 90% 이상을 대신 금융기관에 갚아주는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아주는 돈도 한 해 수 조원에 달한다. 2024년과 지난해엔 2조원 넘는 금액을 각 신용보증재단이 대위변제했고, 올해도 7월까지만 1조1394억원에 이르는 돈이 대위변제액으로 나갔다. 하루 50억원꼴로 소상공인·중소기업 부채를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주고 있는 셈이다. 보증 사고 증가 속도 자체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사고 한 건당 대위변제액(1650만원)은 지난해(1560만원)보다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역신보가 일단 채무를 대신 갚은 후 구상권을 행사해 대위변제액을 회수할 수 있긴 하지만 회수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시간이 지나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대위변제를 하는 지역신보나, 지역신보 보증에 대해 재보증을 하는 신보중앙회 모두 재정적인 부담을 호소할 지경이다. 한 지역신보 관계자는 “재보증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가 안 좋아지면 보증 재원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면 신규 보증을 줄여야 할 위기”라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부터 시작된 소상공인·중소기업 경기 충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은행 연체율도 11년 만에 최고치

은행권 지표를 봐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 사정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00%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대를 기록한 건 2015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중소법인의 대출 연체율은 더욱 높아서 1.11%에 달했다. 소매 판매 등 내수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어서 단기간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 사정이 개선되긴 어려운 사정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일단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소상공인 재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역신보가 보유한 1조1000억원 규모 추심 불능 채권을 자체 소각하고, 1조원 규모 채권은 새출발기금·새도약기금 등 배드뱅크에 매각, 채권 소각·채무 조정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소상공인정책학회 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 금융권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이 부실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채무 조정을 통해 이들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신보의 위기 감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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