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도 꺾지 못한 'AI 수요'…실적 탄탄한 반도체 '변곡점' 왔다

경제

뉴스1,

2026년 9월 07일, 오후 05:19

미국발 훈풍에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2026.9.7 © 뉴스1 오대일 기자

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힘을 못 쓰던 국내외 반도체주가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차세대 AI 모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메모리는 '고갈' 수준의 공급 부족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I 산업이 금리 부담을 뛰어 넘는 실적장세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증시의 '변곡점'이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등…"예상된 금리 부담보다 수요에 반응"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대비 5.68%, SK하이닉스(000660)는 8.26%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주 강세에 코스피도 308.18포인트(4.61%) 오른 6995.39에 거래를 마치며 7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2조 5525억 원, 2조 6398억 원을 순매수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에도 반도체에 매수세가 몰렸다.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보다 16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58%대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각각 6.1%, 11.9% 급등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38% 상승했다.

통상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를 낮춰 주가에 부담을 주지만, 이번에는 견조한 고용이 경기침체 우려를 덜고 AI 투자 지속 기대를 높인 측면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메모리 업황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은 부담이지만 반도체 업황 지속 여부가 주가에 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금리 인상 우려에도 메모리 중심의 업황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변수라고 평가했다. 반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강한 반도체 수요가 언제 누그러질지인 만큼,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T-6 아스트라'가 키운 투자 기대…"높은 금리와 성장 공존 가능"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 공개는 AI 수요 장기화 기대를 자극한 계기로 꼽힌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에 복잡한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 유료 이용과 매출, 연산 인프라 투자가 함께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술이 진화하면 더 많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하드웨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다시 하드웨어 쪽으로 분위기가 옮겨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 제약도 이익 전망을 뒷받침한다. KB증권은 내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60% 증가한 1조 3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 D램, 기업용 SSD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고 HBM4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생산 여력을 제약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AI 투자와 금리를 동반 변수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가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자금 수요와 성장 기대를 높여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가 지속성을 가지고 이뤄진다면 높아진 금리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며 성장률과 금리가 함께 높아진 환경을 '뉴노멀(New Normal)'로 평가했다. 하드웨어 투자가 의료·로봇 등 AI 응용 분야로 확산하며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금리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진우 센터장은 빅테크가 잉여현금흐름을 넘어서는 투자를 하고 있어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비용이라고 본다면 그 비용 이상의 수익성이나 수요가 있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덜할 것"이라며 "지금은 금리 수준보다 속도에 더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 회복 성격" 신중론…전고점 도전도 실적이 관건
이번 상승을 시장의 구조적인 변곡점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아스트라를 계기로 더 많은 추론과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면서도 기존에도 반복됐던 상승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하락했던 상황에서 신모델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서 본부장은 아스트라의 향후 영향에 대해 "심리적인 것"이라며 실제 활용 과정에서 시장의 기대가 충족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AI 도입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 개선이 서비스 이용을 늘리고, AI 공급자가 그 수익으로 서버와 메모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장기 상승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전고점 회복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기대와 상승 속도에 대한 신중론이 함께 나왔다. 조수홍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시장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진우 센터장은 "실적 증가 폭이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전고점에 도전하더라도 올라가는 속도는 상반기만큼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up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