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4대 건설사, 1년 새 차입금 2.6조 늘었다…이자부담 가중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2월 11일, 오후 09:17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차입금이 1년 새 3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성 확대로 다수의 사업에서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건설사들이 차입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재 금리 인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난 차입금이 향후 치솟은 원자잿값과 더불어 건설사의 수익성을 갉아 먹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내 한 건설현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11일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과 대우건설(047040), DL이앤씨(375500), GS건설(006360) 등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차입금 확인이 가능한 4대 건설사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13조6255억원으로 전년 11조366억원 대비 23.5% 증가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지난해 도급순위 기준 상위 4개사다. 도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차입금에 건설 외에도 상사와 패션, 레저, 식음료, 바이오 등 여러 사업군이 혼재 돼 있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우건설의 차입금 증가폭이 가장 컸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3조6715억원으로 전년 말 2조3402억원 대비 56.9% 급증했다. 도급순위 1위인 현대건설도 차입금이 같은 기간 2조3006억원에서 3조2466억원으로 41.1% 늘며 뒤를 이었다. 이밖에 GS건설의 차입금도 5조630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3% 늘었다. DL이앤씨는 4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차입금이 감소했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말 차입금은 1조771억원으로 전년 말 1조1477억원 대비 6.2% 줄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조달 자금을 늘린 것이 차입금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사업장에서 자금 회수가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차입금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건설사는 아파트 및 상업용 건물을 분양해 자금을 회수하고 기존에 일으킨 PF를 상환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고 PF 상환은 물론 운영자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직면하면 건설사의 차입금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4대 건설사 중 차입금 규모가 가장 큰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에만 매출채권이 50% 이상 급증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4분기 말 연결 기준 매출채권은 5조3192억원으로 전년 말 3조3787억원 대비 57.4% 늘었다. 건설사의 매출채권에는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이 포함된다.

이는 최근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비용 확대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디엘이앤씨, GS건설의 영업손익을 모두 더하면 28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1조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며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은 주는데 미분양 물량은 늘어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금 회수 지연과 공사비 및 금융비용 증가, PF 리스크 확대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의 차입금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로 동결했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진행한 거시경제 금융 현안 간담회에서도 이를 토대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