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강화…자유화율 1%→0.1%로 축소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4월 02일, 오전 10:28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철강·금속 산업행동’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의 25% 철강 관세를 피해 저렴한 철강이 유럽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이 1일(현지시간) 철강 수입량을 제한하기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했다.

먼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무관세로 EU에 수입할 수 있는 철강의 양을 제한하기 위해 자유화율(liberalisation rate)을 기존 1%에서 0.1%로 대폭 축소했다.

자유화율이란 특정 품목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양(쿼터)을 매년 얼마만큼 늘릴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만약 올해 무관세 쿼터가 100만톤이었다면 자유화율이 1%인 경우, 내년에는 101만톤까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화율은 0.1%로 줄이면 내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비율은 100.1톤으로 줄어든다. EU가 자유화율을 대폭 낮췄다는 이야기는 EU에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는 철강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EU는 2019년부터 철강 제품 26종에 쿼터제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물려왔다. 한국을 비롯해 국가별로 할당량이 정했는데 2019년 7월 이후에는 EU는 세이프가드를 적용하면서도 WTO 규정 준수를 위해 할당량을 25% 이상 확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고율 관세로 저가 철강이 유럽 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WTO 규정 준수를 고집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미사용 쿼터를 EU 회원국들이 모두 사용하는 것 역시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수입은 많이 되나 소비가 적은 일부 철강 품목군에 대해서는 쿼터를 다음 분기로 이월할 수 있게 했던 ‘이월 메커니즘’도 폐지됐다.
EU집행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EU 철강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숨 쉴 틈’(breathing space)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한 녹색 철강 생산에 대한 고용 및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이 제3국을 이용해 철강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용해 및 주조 규칙’을 도입해 EU산 철강기준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EU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럽투자은행과 협력해 장기전력 계약을 보장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한 것을 계기로 나왔다. EU는 미국의 이러한 관세 조치로 저렴한 철강이 유럽시장으로 들어와 EU 철강기업들을 잠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는 13개 EU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검토조사를 실시해 EU 철강 산업이 수입 압력이 증가되는 한편, 수요감소로 악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은 조치는 이날 시행되지만 자유화율 축소와 일부 품목군의 이월 쿼터 폐지는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모든 조치는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는 2026년 6월 30일 함께 종료된다.

이후 EU집행위는 더 강력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조치에 대한 초안은 오는 3분기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페판 세주르네 EU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앞서 ‘철강·금속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새로운 조치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