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간에 대한 수급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주택시장 역시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정책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도권처럼 주택시장이 광역화돼 있으면 개별 지자체에만 책임을 맡기기는 어렵다. 또 경기나 물가와 같은 거시적인 요인들도 주거공간에 대한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개별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컨트롤 하기는 어렵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최근들어 주택가격에 대한 금융 부분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조정, 통화량 조절 등 통화정책이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 금융정책은 주택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데 물가안정과 경제안정이 정책목표이다. 기준금리의 조절이 주된 정책수단이다. 금융정책은 정부의 금융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금융시장의 안정과 건전한 신용질서의 확립이 정책목표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가 주된 정책수단이다.
두 당국은 그들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시행하지만, 부동산 시장만을 위해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동산 시장이란 여러 고려 사항 중의 하나이지, 유일한 고려 사항이 아니다. 더 큰 상위목표를 포기하고 부동산 시장만을 위해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식의 괴리가 존재한다. 통화·금융정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반해 부동산 시장은 통화·금융당국이 고려해야 할 여러 대상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주택가격을 변동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적으로 미래를 기대하지만, 종종 비이성적인 ‘동물적 충동’으로 미래를 기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수도권의 대도시에서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겪었다.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주기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초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수도권 대도시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경험과 믿음에다가 한두 가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사건들이 우연찮게 결합을 하면 사람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동물적 충동이 깨어나기도 한다. 한두 가지의 결합된 사건이 동물적 충동을 깨우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규제지역 지정이나 해제, 규제의 강화나 완화에 따른 가격조정이 끝나면 원래의 가격추세를 따라가게 된다. 이런 가격조정은 대체로 단기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에 금리하락, 대출확대 등과 같은 이벤트가 결합하면 가격조정 추세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것이 동물적 충동을 깨우면 비이성적 과열로 치달을 수도 있으나 이를 사전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주택 및 금융시장을 복기해보면 지난해 4월 이후 금리인하 기대로 인해 장기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고정)가 하락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고 주택가격, 그중에서도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이 있자 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억제에 나섰다. 이에 금융당국이 금리가 높다고 재차 구두 개입하자 금융기관들은 아예 대출창구를 축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가격도 다시 횡보 내지는 완만한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하반기에 장기금리 하락과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서 주택시장에 에너지가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로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규제지역 해제 효과는 대개 단기로 끝난다. 그리고 논리상 수요가 인근지역에서 규제가 풀린 쪽으로 이전하는 ‘역의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근지역의 주택가격이 같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지난 2월 12일 서울 강남·송파구에서 토허구역이 풀린 후 강남 3구 전체의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고, 뒤이어 이런 가격상승 추세가 인근지역인 용산·강동구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아 이번 해프닝은 단순히 토허구역 해제에만 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토허구역 해제가 주택시장에 잠재돼 있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로 확대된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화되고 있지만,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만을 목표로 정책을 펴지는 못한다. 그보다 더 높은 상위 목표를 위해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나 지자체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통화·금융정책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핵심 조건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으로 통화·금융당국의 상위 목표가 흔들린다면 두 당국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하며, 국토부나 지자체 역시 이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이해하는 정확한 시장 진단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정책 당국 간 일방적 지시에 의한 정책조합이 아니라, 각 당국과 지자체가 가진 정책목표를 견지한 가운데 나의 정책이 상대방의 정책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면서 상호 정책목표들이 모두 달성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찾고 조정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