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엔 못 넘겨'…토허제 여파에 강남3구 경매 '줄취소'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07:12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재지정한 이후, 강남3구 아파트 경매 매물의 취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거주의무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매로 투자수요가 쏠리는 가운데 가격 급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투자자들이 경매 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경매 일정표를 살피던 한 투자자는 혀를 차면서 발길을 돌렸다. 이날 눈여겨봤던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임의경매 정보 옆에 경매가 취소됐다는 뜻의 ‘사건취하’ 붉은 도장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 투자자는 “사건이 취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미 예상하고 왔다”며 “입찰에 성공하면 시세차익이 수억원인데 채무자 측도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경매법정에서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물건이 감정가 35억원으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은 지난 2월 4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12억원 가량 낮은데다 반포 핵심 입지, 수요가 많은 ‘국민평형’ 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일만했다.

하지만 강남 3구에 속한 아파트 경매 매물들은 기일을 앞두고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토허제가 재지정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강남 3구·용산구 아파트 경매는 33건 예정돼 있었고 이 중 11건이 사건을 취하하거나 기일을 변경했다. 황은하 지지옥션 마케팅 담당은 “현재 올라온 강남 3구 내 매물들의 감정가는 작년에 책정된 건데 토허제가 풀리고 가치가 몇억씩 급등했다”며 “기존 감정가로 경매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손해니 채무자가 재감정을 해달라고 이의 신청을 했거나, 어떻게든 집은 쥐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송파구 잠실동 대장아파트인 리센츠 전용 98㎡은 감정가 27억 7000만원에 경매 시장으로 나왔다가 지난달 31일 경매 기일을 앞두고 취하했다. 리센츠 같은 평형은 지난 2월 32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밖에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래미안(전용 85㎡), 서초구 반포미도 아파트(42㎡), 강남구 삼성동 롯데아파트(91㎡) 등도 최근 경매 기일이 예정돼 있었지만, 줄줄이 취소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같은 단지에서 1~3억원 뛴 신고가 거래가 발생한 곳이다.

이런 와중에도 그대로 경매가 진행된 물건들은 감정가·시세를 수억원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경매 매물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31일 감정가 25억 4000만원에 나온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131㎡)에 27명이 대거 응찰했으며 감정가보다 6억원 높은 31억 764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직전 최고 실거래가인 28억 7500만원보다 3억원 높은 가격이다.

지난 1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가 51억 2999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매물과 같은 평수는 지난 2월 54억원에 거래됐다. 최소 2억 7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황은하 담당은 “토허제 규제를 피해 경매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었는데, 반대로 물건은 귀해지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된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토허제로 묶인 곳은 앞으로도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가능성은 작아서 당분간 낙찰가율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