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틈새 찾아…연립주택·빌라 거래 늘었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4월 04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박지애 최정희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나홀로 아파트’ 영무예다음(총 45가구)은 지난 5년간 매매거래가 한 건도 없었는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적용된다는 소식에 시행 직전인 지난달 22일 15억 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외관상으론 아파트인 청솔빌리지는 건축물대장에선 ‘연립주택’으로 분류되며 토허제 지정 구역에서 제외됐다. 청솔빌리지는 토허제 지정이 발표되기 전인 2월까지만 해도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지정 발표 후 한 달 만에 1억원이 올라 거래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총 45가구의 영무예다음 아파트 모습(사진=네이버 거리뷰)
토허제 확대 재시행으로 수요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강남권과 용산의 ‘나홀로 아파트’가 되레 관심을 받고 있다. 강동이나 마포로 번져갈 것으로 예상됐던 풍선효과는 강남권과 용산의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으로 번지며 비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토허제 묶이며 10년 만에 팔린 ‘나홀로 아파트’

3일 부동산 업계 및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토허제 확대 재지정 발표 후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19일~23일 5일 동안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116건이다. 이 중 200가구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의 계약건수는 11건이었다. 이 기간 거래된 나홀로 아파트 단지는 △동아 △한티 △대치동우정에쉐르2 △대림 △우성리빙텔 △영무예다음 △로데오현대 △청담삼성1차 △월드빌라트 △한남해피트리 △용산 화이트타운 등이다.

서울 대치동의 대치동우정에쉐르2 전용면적 59㎡도 10년 가까이 매매거래가 없었지만 토허제 재지정이 발표된 직후 7억 7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아파트 동일면적 직전 거래는 2012년에 3억 9500만원에 매매된 바 있다.

나홀로 아파트는 토허제 확대 재시행 전까지는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관심을 덜 받으면서 수년간 거래가 1건도 이뤄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토허제로 묶인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시행 직전까지 갑자기 거래가 활발해진 것이다. 대단지의 높은 진입장벽을 피한 수요가 나홀로 아파트로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토허제는 시행 직전 오히려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나홀로 아파트처럼 비주류였던 단지에서 거래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규제가 오히려 해당 지역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기대심리가 관망하던 수요를 시장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선효과, 강동 아닌 ‘강남·용산 빌라’로 확산

또한 토허제 확대 재지정의 풍선효과는 인근 강동구와 마포구로 확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강남과 용산의 연립주택과 빌라로 번졌다. 토허제 적용지역이지만 연립주택과 빌라는 적용대상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토허제 시행 직후인 지난달 24일부터 4월 1일까지 9일간 토허제가 적용된 4개구에서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거래가 많았다. 이 기간 아파트 거래는 강남구에서만 2건에 불과했으나 연립·다세대 거래는 송파구 7건, 용산구 3건, 강남구 2건, 서초구 1건 등 총 13건 거래됐다. 단독·다가구 거래는 한 건도 없었으나 연립은 1건, 다세대는 12건이 거래된 것이다.

특히 한남뉴타운 등 정비사업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한남유림빌라’(전용 174.72㎡) 연립이 50억원에 직거래로 거래됐다. 같은 기간 강남구 대치동에서 거래된 은마아파트(전용 76.79㎡) 2건의 실거래가격 30억 2000만·30억 7000만원을 크게 넘어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 급등한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4개구의 토허제 지정 이후 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분양 물량과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상품은 토허제 규제의 틈새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풍선효과를 예방하기 위한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대상을 어떻게 어느 지역으로 설정하고 어느 범위로 설정하는지에 따라 규제와 규제가 아닌 지역으로 나뉘는 경계는 항상 존재한다”며 “이번 제도 시행으로 발생하는 여러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서 지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