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 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부처의 이전 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도 단골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후보는 17일 충청권 공약 발표를 통해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며 임기 내 세종 의사당을 건립하고 국회 본원 이전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동연, 김경수 후보는 21대 대통령 임기 내인 2030년까지 국회의사당을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밝혔고, 김경수 후보는 대통령실도 세종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홍준표 후보도 국회 세종 이전을 찬성했다.
대선 후보들의 지방 이전 공약에 세종, 부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세종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전주(0.04%) 대비 상승폭이 커졌을 뿐 아니라 2023년 7월 넷째 주(0.25%) 이후 1년 9개월래 최대 상승세를 보였다. 세종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4월 들어 24일까지 신고된 세종 아파트 거래 건수는 무려 742건으로 전달(772건)과 유사했다. 아파트 매매 신고는 계약 후 한 달 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 거래는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산에선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진 않지만 가격 하락폭은 줄어들었다. 4월 셋째 주 부산 아파트 가격은 0.04% 하락해 2주 연속 하락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부산 역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부산 남구 문현동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매도자, 매수자 양쪽에서 해수부 이전 시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며 “당장 호가가 오르는 건 아니지만, 집주인들 사이에선 ‘이전이 확정되면 한 번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번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공약 무산시 집값 떨어질 수도”…현실성·균형 발전 글쎄
다만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의 대통령실, 국회, 정부부처 등 각종 기관들의 지방 이전 공약이 과거에도 반복돼왔던 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이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대통령은 서울을 중심으로 일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과거 개발 기관의 지방 이전 수준을 크게 넘어서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지만,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판단에 막혀 무산된 적 있다. 대통령실 이전은 사실상 수도 이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헌법적 판단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추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 역시 해수부라는 기관 단독만 이전하는 것은 별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세종, 인천 등 다른 지역의 반발도 크기 때문에 관철되기 어려울 수 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부산에 두겠다고 했으나 결국엔 세종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러한 기관 이전이 국토 균형 발전에 효과적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작년 발간한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 후 지역활성화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울산·강원·전북 등 혁신도시에선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도 순이동 인구와 지방세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보고서는 “공공기관을 여러 지역에 무분별하게 분산 이전하는 방식은 정책 효과가 불균일하게 나타나고 예산 대비 효율도 낮다”며 “산업 특성과 기존 인프라를 고려해 기능적으로 연계 가능한 지역에 전략적으로 집중 이전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