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세미나’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하고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고 사망자는 2020년 458명에서 2024년 328명으로 약 28.4%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산업 사망자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9.7%에 달한다. 건설업의 사망사고 만인율도 1.57로, 일본(0.59), 영국(0.1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가운데 추락사고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사고의 55.6%가 추락 때문에 발생하며, 이는 부딪힘(9.8%)이나 물체에 맞음(7.9%)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주요 원인으로는 안전대 부착설비 미설치, 고정 미흡, 미착용 등 기초적인 안전수칙 미준수가 지적된다.
이에 국토부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교육, 기술, 책임체계, 인센티브를 포함한 입체적인 정책을 통해 추락사고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우선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추락사고 예방 기업 안전관리 수준 평가’에 인센티브를 도입하기로 했다. 추락사고 현황과 사전작업허가 공정의 안전관리 부적합 건수 등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부적합 건수가 없는 기업은 감점을 경감받는다. 이 평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현장 안전관리를 위한 감리제도도 전면 개편한다. 기존 감리제도의 독립성·전문성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를 도입, 올해부터 우수 감리자 400명을 선발한다. 이들은 2026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현장에 의무 배치되고, 2027년부터는 민간 현장으로도 확대 배치된다.
또한 추락사고 다발 공정에는 ‘안전 실명제’가 적용된다. 각 현장마다 작업자와 감리자의 이름·연락처를 명시한 표지판을 설치해 책임의식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민간 건설사들도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민간 기업들은 건설현장 안전교육 강화, 안전문화 확산 릴레이 캠페인 등을 자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이 활발하다. 추락 시 가속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에어백이 작동하는 ‘스마트 안전조끼’, 위험지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4족 보행 로봇, 웨어러블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불안전 행동을 분석하는 ‘스마트 안전모’ 등을 현장에 도입해 현장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있다.
이 밖에도 한국도로공사는 현장 근로자 대상 VR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전문가 양성과정 개설과 영세업체 대상 안전 컨설팅을 병행할 예정이다. LH도 외국인 근로자 대상 VR교육 콘텐츠를 도입하고, 안전관리지침 개정도 추진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현실은 결코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며 “현장의 구조적 위험을 방치하거나 강요하는 시스템이 있어서는 안 된다 책임은 정부, 발주처, 기업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과거 해외건설 1조 달러 달성 기념행사에서 사고 이력이 많은 기업은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포상 대상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 안전은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사망자 수가 100명대로 줄고, 10년 뒤에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사고가 발생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