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크루'가 촉발한 '임장비' 논란…제도화 논의 쟁점은?[똑똑한 부동산]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5월 10일, 오전 11:00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임장 보수’, 즉 현장 안내에 대한 수수료 청구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매물을 둘러보는 활동에 대해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사전 징수하는 ‘임장 기본보수제’도입을 공식 검토하면서 논의는 단순한 서비스 대가를 넘어 법적·제도적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시내 부동산 모습.(사진=뉴시스)

중개업계는 임장 활동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공인중개사는 고객 요청에 따라 매물 상태를 설명하고, 권리관계와 대출 조건·가격 협상 포인트를 안내하며, 집주인 및 세입자와 일정을 조율해 실내 확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등 사실상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이 투입되는 용역 활동을 수행한다. 특히 실수요자 외에도 투자 스터디, 유튜버, SNS 콘텐츠 제작자 등이 임장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요가 중개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임장보수제 도입의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임장크루’ 현상이다. 매수 의도보다는 콘텐츠 생산 또는 정보 탐색 목적으로 현장을 방문하는 집단들이 중개업소를 방문하면서, 중개사 입장에서는 ‘실거래 가능성이 낮은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개사들은 주말마다 수십 명이 몰려오는 임장 요청으로 사실상 중개 행위가 아닌 ‘무료 안내 서비스’를 강요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매물 확인은 주택 구매 과정의 필수 절차이며, 이는 전통적으로 중개서비스에 포함된 행위로 인식돼 왔다. 계약이 체결되면 이미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중개보수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계약 전에 별도로 임장비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중개보수의 과도함이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한 가운데 임장비 청구는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적 측면에서 보자면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로 받을 수 있는 보수를 ‘거래가 성립된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33조는 중개 외의 행위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보수 청구는 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이며, 자칫하면 위법 소지도 있는 셈이다.
다만 예외적인 가능성도 있다. 민법상 ‘사적 계약’이 성립할 경우 이는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와는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 예컨대 ‘현장 방문 1건당 3만 원을 지급한다’는 문서 혹은 명확한 메시지 등으로 쌍방 간 약정이 성립하면 이는 민법에 따라 보수 청구가 가능하다. 이 경우 중개사 스스로가 중개업무가 아닌 정보 제공, 조사 행위로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개사 자격으로 금전을 수수하는 것이 아닌 위임사무의 성격으로 체결된 계약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위법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임장’이 중개서비스의 일환인지 아니면 독립된 정보 제공 서비스인지에 관한 해석이다. 공인중개사법상 보수는 거래 성사 이후 지급되어야 하지만 만약 중개사 본인이 중개가 아닌 조사·자문 행위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사전 계약을 체결한다면 민법상 보수 청구는 가능하다. 다만 이 구조가 중개업법상 금품 수수 금지 조항과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김예림 변호사.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선불 후차감 구조’가 거론된다. 일정 금액의 임장비를 선지급 받고, 계약 성사 시 기존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비자의 부담을 이중으로 늘리지 않으면서도 중개사의 사전 노력에 대해 일정 수준의 보상을 가능하게 하는 절충안이다.

향후 제도화 논의는 법 개정 이전에 먼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개사가 수행하는 서비스의 범위, 정보 제공의 가치, 소비자의 권리와 비용의 적정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시장이 단순 매물 중개에서 고도화된 정보 제공과 자문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중개업의 역할과 보상 구조도 시대에 맞게 재설계돼야 한다. 단 그 과정이 거래 신뢰와 소비자 권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