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는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사진=호반그룹)
기존 조 회장측 지분율은 20.13%로 최근 호반그룹과 지분 격차가 1.7%포인트까지 좁혀졌으나 이번 조치로 지분 격차는 약 2.3%포인트로 다시 늘어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분율도 늘리고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조치로, 한진칼도 이번 호반그룹의 지분매입에 대해 공격적인 시그널을 감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호반건설은 12일 한진칼 지분율이 기존 17.44%(1164만5800주)에서 18.46%(1232만1774주)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매입의 이유를 단순 투자라고 밝힌 호반건설과 달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지분 매입을 두고 “단순 투자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진칼 경영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며 “이미 지분을 모으고 있던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호반이 나서서 이사 보수한도 증액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호반은 한진칼 주총 당시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만큼 현 상황을 위한 밑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 (호반이) 한진칼 경영권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진 않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가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내다봤다. 조 회장은 또 한진칼 주요 주주인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참여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이때문에 한진칼에 대한 지분 확대를 항공업 진출에 대한 의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호반그룹의 주력사업인 건설업이 최근 불황인 데다 성장성도 제한돼 신사업을 물색하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며 “꼭 대한항공 인수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항공업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지분매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칼 지분 매수를 호반그룹 내 경영권 승계의 밑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호반그룹 창업주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자녀로는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이 있다. 건설 이외 사업을 확대해 승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승계는 어느 정도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인수합병이 있다면 자녀 중 누구에게 새 비즈니스를 맡길지는 관전포인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