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추가이주비'도 6억 제한?"…당국 침묵에 정비사업 대혼란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7월 02일, 오후 02:57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6·27 대출 규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에도 적용될 것이란 정부의 원론적 입장이 전해지면서 이주를 앞둔 조합원들은 물론 시공사마저 혼란에 빠졌다. 이주비 대출의 규제 범위에 시공사가 사업비를 통해 조합원을 지원하는 ‘추가 이주비’까지 포함되는지 등 정확한 기준은 빠져 있어서다. 당장 이주를 앞둔 주요 정비사업이 적잖은 만큼 서둘러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온다.

위 그래픽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챗GPT)


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대출규제는 수도권 주택 매수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며, 이는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무주택자인 조합원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 한도가 제한되며, 2주택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이전에 관리처분인가가 이뤄진 곳들은 이번 규제에서 제외됐다.

그간 시공사들은 개인 대출과 함께 추가 이주비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150%에 달하는 금액을 초저리로 제공해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어왔다. 대책 발표 전 조합원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인 LTV 50%(이주비)에, 시공사가 사업비를 활용해 LTV 50~10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가령 지난달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DL이앤씨는 조합원들에게 기본 이주비(법정 한도 내) LTV 50%에 추가 이주비 LTV 100%, 최저이주비 12억원 조달을 약속했다. 지난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낸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기본 이주비 LTV 50%에 추가 이주비 LTV 100%, 최저이주비 20억원을 제시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같은 이주비 대출과 관련 규제 범위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일선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규제가 조합원들의 기본 이주비에만 적용되는지, 또는 시공사가 조달하는 추가이주비까지 포함한 전체 이주비에 적용되는지 명확한 기준 제시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A건설사는 “기본 이주비에 더해 시공사가 조달하는 추가이주비까지 합쳐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규제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B·C건설사는 “조합원 개인이 받는 기본이주비에만 6억원 한도의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시공사의 추가이주비는 사업비에 해당하므로 이같은 규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대응 방안 또한 엇갈릴 수밖에 없는 실정. A건설사는 “정부 지침이 대출을 옥죄는 방향으로 세워진 만큼 모두 제한될 것이란 판단으로, 이를 전제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는 “추가이주비는 건설사 신용으로 사업비조로 대출받는 것으로 개인이 실행하는 기본이주비 대출과는 명백히 다르다”며 “이 둘을 모두 대출규제 하에 둔다면 서울 주요 지역 정비사업은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공약과도 상반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주를 코앞에 둔 조합들은 이미 혼란에 빠진 상태다. 서울 정비 사업 지역 중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사업지는 50여곳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지역이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용산 한남2구역이다. 한남2구역 조합은 전날 알림을 통해 “추가 이주비는 ‘사업비’이므로 (이번 대출규제와) 별도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확실치 않다”고 안내한 상태다. 한남2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관련 문의를 하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다들 많이 불안하고 답답해 한다”며 “시공사 대출도 포함되는지 명확한 지침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신문고에 이주비 대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집단 민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6억원으로 제한되면 조합원들이 전세금 빼주기도 벅차다. 새로운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이냐”며 “이런 상황에서 명확히 나오는 게 없으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일괄적 규제로 이주비 대출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당국에서 이런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줘야 시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