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빼자 힘빠진 CBDC" 한은 '백기'…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집중

재테크

뉴스1,

2025년 7월 02일, 오후 05:52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5.1.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은행이 추진하는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업이 2차 실험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금융권은 8개 은행이 가입한 오픈블록체인·DID 협회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더 힘을 실을 전망이다.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란 구상에서다.

"구체적 로드맵 부재"…한은, CBDC 잠정 중단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6일 CBDC 실거래 1차 테스트(프로젝트 한강) 참여 은행들과 연 비대면 회의에서 2차 테스트에 대한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민간 자금이 유입될 경우 통화 공급을 통제하기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수요가 등장한 상황에서 우리 계획을 재조정(recalibrate)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금 토큰, 즉 CBDC와 관련한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부터 이달 말까지 7개 은행과 함께 금융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1차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하게 하고 결제 가맹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2차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CBDC 대신 미국 달러 패권을 강화활 스테이블코인에 주력하면서 국내에서도 CBDC 정책이 동력을 잃고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핫이슈로 급부상했다.최근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은행들도 관련 사업 검토를 시작했는데, 방향성이 불확실한 CBDC 테스트까지 참여하기엔 부담이 컸다.

한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달 24일 "한강 2차 테스트로 가면서 관련 법령도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은행의) 인적·물적 투자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CBDC 테스트를 위해 적게는 30억원, 많게는 60억원을 투자해야 해 금전적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자금보다는 한은 CBDC가 방향성을 잃은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큰 은행들에 20억~30억원 정도의 금액이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금전적 부담이 컸던 게 아니라, 은행들이 한은에 CBDC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도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조가 CBDC에서 멀어진 영향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위임과 동시에 CBDC를 막고, 스테이블코인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업계 관계자는 "CBDC도 결국 글로벌 단위로 활발히 써야 효용성이 있다"며 "미국이 CBDC 발행을 막은 상황에서 우리만 독립적으로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할 듯…협의체에 8개 은행 가입
CBDC 테스트가 잠정 중단됨에 따라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기술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면서도 "단, CBDC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이니 글로벌 단위로 쓰기에 큰 효용성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CBDC 대신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인데다, 확장성이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보다 집중할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은행들은오픈블록체인·DID 협회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IM뱅크와 케이뱅크가 협회에 가입하면서 기존 6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수협은행)을 포함해 총 8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에 참여하게 됐다.

이는 협회 측 예상보다 회원사가 늘어난 것으로, 법안이 마련되는대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가속화할 동력이 생긴 셈이다. 또 협회는 발행과 유통이 분리될 가능성을 고려해 비은행, 핀테크 업체들과도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창보오픈블록체인·DID 협회장은 "그간 은행들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었지만, CBDC 테스트 부담이 덜어진 만큼 좀 더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회원사도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도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 아이디어 제안 단계로, 구체적으로 추진된 바는 없다는 게 해시드 측 설명이다.

해시드 관계자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갑자기 활발해지면서, 해시드 측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강의나 조언을 요청하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며 "이 과정에서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례를 중심으로 금융지주 측에 설명을 드렸을뿐, 구체적으로 사업 구상을 함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