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7000가구 증발…‘월세화’ 속도 붙나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올해 들어 서울 전세 물량이 7000가구 넘게 줄어들었는데 6.27 가계대출 규제로 전세 물량이 더 빠르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주택자도 6개월 내 이사할 아파트에 입주해야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원천 차단한 영향이다. 전세 물량 감소는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매매로 전환되던 수요는 대출 제약으로 막히면서 전세 수요까지 월세로 옮겨가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전세 급감에 수급 불균형 심화…가격 상승세 이어져

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총 2만 4780건으로 연초(3만 1814건) 대비 7034건(22.1%) 줄었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도 2825건(10.2%) 감소한 수치다.

전세 매물 감소세는 연초부터 뚜렷했다. 매월 1일 기준 전세 매물 수는 3만건대에서 시작해 2만 8000~2만 9000건대 수준으로 유지되다 6월 들어 2만 5943건으로 하락했고, 7월에는 2만건대 중반으로 더 줄었다.

특히 서울 내에서는 대단지 입주가 몰린 강동구와 송파구의 전세 물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아실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강동구는 76.8%, 송파구는 56.1% 전세 물량이 줄었다. 서울 평균 감소율(11.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공급 부족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40% 상승하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강북구까지 상승 전환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전셋값이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와 송파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5월 기준 5억 1275만원, 7억 9824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송파구는 5587만원(7.5%), 강동구는 1640만원(3.3%)이 뛰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송파구 A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올해 초부터 전세로 집을 내놓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며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생기면서 (전세를 주기보다) 실제 거주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고 (물량 감소에 전세) 가격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고덕동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웬만큼 진행돼 전세 물량이 많이 줄었고 전셋값은 높아졌다”며 “전세를 주기보다 집을 팔거나 월세를 놓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로 선회하는 수요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갭투자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용산구 등 규제지역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을 도입하면서 ‘1주택 실거주자’ 외에는 대출이 막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 유통 물량은 줄어들겠지만 단지별로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대출 규제로 매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세 수요가 곧장 매매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매매는 막히고, 월세 전환 가속…임차인 부담 커져

전세 급감, 전세가 상승, 대출 규제라는 삼중 압박 속에 매매로의 전환이 어려워져 임대차 시장 내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서울 임대차 매물로 나온 월세는 1만 8950건으로 전체(4만 3730건)의 43.3%를 차지했다. 연초(38.7%) 대비 4.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미 서울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5월 누적 63.7%로 최근 5년 평균(51.3%)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월세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구조 전환이 향후 전세 시장을 더 축소하는 동시에 자산이 없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세 보증 비율이 7월 말부터 80%로 더 낮아지면 전세 대출이 어려워지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전세는 여전히 주거비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지만 자산 여력이 있는 사람만 선택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비중은 지금보다 더 벌어져 7대3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