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6·27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제한하면서 중저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사진=삼성물산)
이후 3월 22일에는 같은 면적이 43억원(12층)에 거래되며 전국 소형 아파트 매매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단지는 서초구가 3월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기 직전까지 한 달여간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가 소형 아파트 거래는 비단 래미안원베일리에 국한되지 않았다. 같은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96㎡(6층),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98㎡(12층),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영동한양) 전용 49.98㎡(3·10층) 등도 지난달 각각 40억원에 매매됐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반포동과 압구정동에서만 총 9건의 40억원대 소형 아파트 매매 계약이 성사된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6·27 대출 규제 시행으로 이 일대 시장은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됐고 매도자들이 40억원 이하로 가격을 내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전체 기준으로도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우상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은 8억 5350만원으로 2022년 9월(8억 5577만원) 이후 약 3년 만에 8억 5000만원 선을 넘겼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공2차 아파트 전용 59.97㎡는 2021년 11억원대에서 부동산 침체기를 거쳐 2023년 8억원대 후반까지 내렸다가 지난달 3일과 7일 각각 10억 1000만원(12층), 10억원(4층)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가 소형 아파트로 수요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이에 맞춘 중저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소형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5954건으로, 2022년 2674건, 2023년 3652건, 2024년 4336건과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6월 말 거래의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최종 건수는 2021년 상반기(6317건)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금융 규제를 비롯한 수요 억제 정책은 풍선 효과를 유발한다”며 “하반기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대출이 용이한 중저가 지역 소형 아파트의 선호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지난해부터 강남권과 용산은 상급지 갈아타기 열풍이 불면서 매가가 크게 올랐고 올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용 84㎡ 실입주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며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실거주하면서 재건축을 노리거나 신축의 경우에는 공급의 희소성 탓에 안전 자산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