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117, 90, 98, 100'…산재 사망사고, '처벌이 답' 아닌 이유[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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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8월 07일, 오후 07:13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131, 117, 117, 90, 98, 그리고 다시 100.’

1분기 기준 2020년부터 올해까지, 건설현장 산업재해(산재) 사망사고 숫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란 강력한 처벌 방안이 시행되며 일정 수준 효과를 내는 듯했지만, 여전히 ‘100’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역대급 처벌 방안’이라는 말이 많았다. 건설사 대표는 자칫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더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 자체가 더욱 두려울 테다. 이런 극강의 압박조차 ‘가슴 아픈 숫자’를 줄이진 못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철퇴’를 꺼내 들었다. 올해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가 본보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이례적으로 특정기업을 지목,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그야말로 ‘회사를 문 닫게 하겠다’는 초강력 처벌이 예고된 셈이다.

이쯤 되니 처벌 일색의 이같은 대응 방안은 정말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답을 찾는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전문가들 입에선 ‘가덕도신공항’이란 의외의 힌트가 나왔다. 시공 주축이었던 현대건설은 ‘당국이 제시한 84개월의 공사기간으론 절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의 입장고수에 결국 시공을 포기한 사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국은 물론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현대건설을 맹공격했다. 그런데 만약 현대건설이 당국 안을 수용하고 급하게 공사를 했다가 진짜 사고라도 났다면 그 책임도 오롯이 그들만의 몫인가”라고 꼬집었다.

‘사실관계’를 통해 건설사에 책임을 묻고 엄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가덕도신공항 사례와 같이 사고를 유발할지 모를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인과관계’를 들여다보는 게 더욱 중요한 때가 됐다. 처벌에 혈안이 돼 △부족한 공사비·공기에 쫓기지 않았는지 △인력 고령화·외인화로 현장관리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하도급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캐묻는 ‘사전적 예방’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지난 5일 대구 한 건설 현장 근로자가 햇볕을 막아주는 파라솔 아래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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