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증가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192억 3754만달러였던 미국 채권 보관금액은 7월 말 199억 1126만달러로 한 달 새 6억 7372만달러가 증가했다. 8월 말에는 이 금액이 215억 5690만달러로 한 달 만에 16억 4563달러가 불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2억 4742만달러가 늘어나며 연일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이달(1~11일) 들어 5억 2887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기간(8월 1~11일) 순매수액이 2억 2776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달 말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채권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인하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하면서 시장 추정치와 부합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연준은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빅컷(0.5%포인트 인하) 기대감도 여전하며 연내 2~3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특히 미국 국채는 안전성이 높아 사실상 ‘무위험 투자처’로 꼽힌다. 다만 장기채는 이미 오름세를 지속해온 만큼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7월까지 연 5%대를 보였으나 이달 4% 밑으로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이어진 연준의 동결 기조가 다시 인하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미 장기채 투자에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이라면서도 “3개월 이하 단기물과 10년 이상 장기물의 금리 수준이 4%대로 한국 금리 상황과 비교하면 매력적이지만 올해 변동 범위에서 보면 이미 하단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1% 중반 수준으로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지만 침체와는 거리가 있다. 인플레이션 또한 관세 영향을 감안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경계심을 풀기 어렵다”며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장기물 금리가 더 큰 폭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