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호 람다256 최고사업책임자(CBO)가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2025.9.11./뉴스1
블록체인 기술 기업 람다256이 단순 인프라 제공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플랫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 등 블록체인 금융 전반을 겨냥한 서비스를 통해 기관·금융사의 수요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조원호 람다256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뉴스1과 만나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금융 전반을 보고 있다"며 "특히 토큰증권 등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현재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설립한 람다256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의 자회사다. 조 CBO는 지난 2022년 합류해 현재 람다256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프라 제공을 넘어 기관형 스테이블코인 통합 플랫폼 '스코프', 자금세탁방지(AML) 분석 도구 '클레어'를 앞세워 금융 사업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스코프,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결제·정산까지 한 번에"
스코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결제·정산 등을 하나로 통합한 API 플랫폼이다. 일종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백엔드 공장'으로, 복잡한 인프라 기술과 환전·규제 대응을 일일이 개발할 필요 없이 하나의 API에서 조립해 쓰는 개념이다.
조 CBO는 "과거엔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하려면 노드 인프라, 커스터디(수탁), 온·오프 램프, 환전, 규제 대응 등 여러 솔루션을 개별 연동해야 했다"며 "스코프는 이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동해 복잡성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과 카드사, 핀테크 등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를 하나로 묶어주는 '링커'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관 친화적인 맞춤형 API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클레어, 온·오프체인 데이터 구조화…AML에 특화"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증권 사업에 나설 경우 온체인 데이터를 기록·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데이터는 공개돼 있지만 체인마다 형식이 다르고 '현재 값' 위주여서 과거 흐름을 분석하기 어렵다. 클레어는 이런 데이터를 수집·정제한 뒤 '온톨로지'와 '지식 그래프'로 구조화해 AI가 이해·분석하도록 만들었다.
조 CBO는 "금융기관이 직접 여러 체인 노드를 돌릴 필요 없이 클레어로 AML 대시보드를 곧바로 쓸 수 있다"며 "AI가 대규모 거래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의심 거래를 선별, 리포트까지 만들어 담당자가 핵심 사안에 집중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토큰화 증권 서비스를 만들 때 백엔드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데이터들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고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피해자가 가상자산 관련 사기를 당했을 때 경찰은 자금 흐름을 시간순으로 복원해야 한다. 클레어의 AI 리포트는 자금이 어느 지갑과 거래소를 거쳤는지 시각화해 수사 인력 간 역량 차이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그는 "국내외 수사기관·금융사와 개념검증(PoC)을 진행했고, 인도네시아·홍콩 등 해외 수사기관에서 초기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조 CBO는 AI와 블록체인 금융의 궁합이 좋다고 분석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공개된 원장이라 데이터가 투명해 AI 분석과 잘 맞는다"며 "이를테면 투자자가 '특정 매수 전략을 특정 기간 적용했을 때의 수익률'을 질문하면 AI가 즉시 백테스트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사용자가 일부 자금을 AI에 위임하는 '에이전트 지갑' 구조도 가능하다. 예약부터 결제까지 AI가 대행하는 자동화 금융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