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윅과 전면 협업 우리뿐"…신경전까지 번진 '해외 설계' 경쟁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헤더윅 스튜디오와 공식적으로 전면적인 설계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거 재건축 프로젝트는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유일하다는 점을 조합원에 다시 한번 안내 드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지난 13일 조합원들에게 이같은 공지를 내면서 그 배경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계사로 선정한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최근 현대건설이 강남구 압구정특별계획구역2(이하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에 토마스 헤더윅과의 협업 사실을 알리자 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나서면서다.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 창립자 토머스 헤드윅이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입지 정비사업 곳곳 설계사로 ‘해외 거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다른 사업과 차별화된 ‘랜드마크’ 단지로 부각되기 위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유명한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을 마다치 않는 곳이 늘면서다.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현대건설 간 앞선 신경전 역시 이같은 경쟁으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풀이된다. 원설계 외 일부 특화설계(일명 대안설계)에서 협업하는 현대건설과는 달리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원설계사격로서 헤더윅 스튜디오와 보다 깊이 있는 협업을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셈이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기존에 선정한 국내 설계사 에이앤유디자인그룹에 더해 지난 7월 토마스 헤더윅이 설립한 디자인·건축회사인 헤더윅 스튜디오에 특화설계 전반을 맡겼다. 당시 조합은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헤더윅 스튜디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행하는 주거시설 프로젝트이자, 국내 재건축 조합이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쳐 국제 디자인 회사와 직접 파트너십을 맺는 첫 사례”라고 강조하면서 차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나선 현대건설은 대안설계의 개념으로 토마스 헤더윅과의 협업을 알린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앞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설계사로 세계적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와 설계에 나선 바 있으며, 여기에 시공권 확보에 나선 현대건설은 조합에 제안하는 설계안 마련을 위해 토마스 헤더윅과 협업에 나선 것”이라며 “기존 설계안에 특화설계를 덧입히는 이른바 대안설계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준비시점부터 헤더윅 스튜디오와 협업을 진행했으며, 담당 그룹 리더와 수석디자이너들이 직접 국내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며 “이들의 대안설계 내용은 시공사 선정 이후 사업시행인가와 실시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한강변을 따라 주요 입지 정비사업 곳곳에서도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이 주요 홍보 수단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세계적인 설계사 유엔스튜디오가 설계에 참여했다. 한남4구역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위한 공람을 진행한다. 최근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재개발 시공권 확보에 나선 GS건설의 경우 건축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립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처와 손을 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 6·7단지 재건축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미국 유명 설계사 SMDP와 협력해 설계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한 건축설계 업계 관계자는 “처음 사업승인을 위해 원설계사를 선정한 이후 실제 추진 관정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대안설계를 추진하는 사례들”이라며 “가장 기본인 주거동 배치부터 주요 설계안은 원설계사가 대부분 수행하지만,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건축법상 ‘경미한 변경’라는 제약에도 해외 설계사를 모셔 대안설계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랜드마크급 정비사업의 경우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간 해외 설계사 유치를 무기로 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다만 추가 설계비 등 공사비 증가와 함께 자칫 대안설계로 인허가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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