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GDP 2배 규모가 실수로 발행"…스테이블코인 신뢰 '도마 위'

재테크

뉴스1,

2025년 10월 18일, 오전 06:00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PYUSD 로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가 페이팔USD(PYUSD) 300조 개를 잘못 발행했다가 22분 만에 전량 소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번 사태는 발행사의 내부 기술 오류로 인한 실수로 밝혀졌지만, 최근 잇따른 스테이블코인 디페깅(가치 괴리) 사례와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팍소스, 스테이블코인 300조 개 발행 후 소각…"내부 기술 오류가 원인"
16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팍소스는 최근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PYUSD를 300조 개 발행한 뒤 약 22분 뒤 해당 물량을 전량 소각했다.

팍소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내부 이체 과정에서 대규모의 PYUSD가 잘못 발행됐다"며 "이번 일은 내부 기술적 오류로 발생했으며 보안 침해나 이용자 자금 손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PYUSD는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다. PYUSD의 전 세계 시가총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 2669억 원)로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에테나(USDe) △다이(DAI) △월드리버티유에스디(UDS1)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크다.

PYUSD 1개가 1달러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팍소스의 단 한 번의 실수로 약 300조 달러(약 42경 6120조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한순간 발행됐다가 소각된 사례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금액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블록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난센에 따르면 당시 PYUSD 가격은 일시적으로 0.5%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시장 혼란이 커지자 탈중앙화 대출 프로토콜 에이브(Aave)는 PYUSD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오머 골드버그 카오스랩스 창립자는 "예상치 못한 대규모 발행·소각 거래가 발생해 에이브에서 PYUSD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300조 달러 규모의 PYUSD가 유통으로 이어졌다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달러와 연동되지 못하는 '디페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만약 PYUSD가 시장에 풀렸다면 대출 프로토콜에서 대규모 청산이 촉발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브가 급작스레 PYUSD 거래를 중단한 배경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만큼의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이라며 "만약 팍소스가 해당 규모의 준비금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했다면 유통돼서는 안 된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디페깅' 사례 겹치며 신뢰 '우려'…"안정성 확보 위한 기준 필요"
여기에 최근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이슈가 맞물리며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과 이를 통제하는 거래소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세계 3위 스테이블코인 USDe에서 디페깅이 발생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0%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가상자산이 급락했고, USDe는 바이낸스에서 65센트까지 떨어졌다.

USDe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합성 달러' 구조로, 현물·선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베이시스 트레이드'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USDe는 달러 기반의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합성달러' 구조로 작동한다.

USDe 디페깅이 발생한 이유는 당시 바이낸스의 내부 시스템에 있었다. 바이낸스가 외부 오라클이 아닌 자사 오더북(호가창) 데이터를 가격 기준으로 삼고, 유동성이 적은 상황에서 입출금 지연까지 발생해 가격 유지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USDe의 디페깅은 바이낸스 내부 오라클의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적 오류 사례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신뢰 확보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은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으로 차세대 국경 간 지급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발행사에 대한 투명한 규제 프레임워크뿐 아니라 중앙화 거래소(CEX)의 오라클 설계 기준, 유동성 관리 체계, 위기 대응 프로토콜에 대한 명확한 안정성 요구 기준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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