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피란민 몰리자…오피스텔, 3~4년 만 신고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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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0월 29일, 오후 07:1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서울 양천구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목동파라곤’ 전용면적 131.56㎡ 15층은 지난 15일 23억 5000만원에 매매거래되면서, 2023년 10월(20억 2000만원) 이후 3년만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전용 82.69㎡ 26층 역시 15억원에 신고가 매매거래됐다. 지난 3월 기록한 종전 신고가(14억 6000만원)보다 4000만원 오른 수치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앞에 오피스텔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치로 각종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는 가운데 주요 입지 중대형 오피스텔이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리는 모양새다. 6·27 대출규제에 이어 최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확대 지정 및 대출규제 등을 연이어 쏟아냈지만, 아파트 등 주택수요억제에 방점이 찍히며 건축법상 비(非)주택인 오피스텔이 새삼 주목을 받으면서다.

이들 대책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주택 구매시 25억원 초과는 2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15억원 이하는 6억원으로 주담대 한도가 묶였다. 여기에 서울 25개 전 자치구와 경기 주요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며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마저 기존 70%에서 40%로 축소, 실제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든다. 이외 동일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주택 매매거래시 매수자는 취득일 이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가령 앞선 목동파라곤 전용 131.56㎡ 매매거래건의 경우 LTV 70%를 그대로 적용받아 최대 16억 4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반면, 동일 가격 서울 아파트의 한도는 최대 4억원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가 없어 현재도 ‘전세를 낀’ 매매거래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에 방점이 찍힌 초강력 대책에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나 갭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

실제로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해도 123 초중반대에 줄곧 머물렀던 서울 오피스텔 월간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6월 123.96, 7월 126.45, 8월 127.53, 그리고 지난달 124.46으로 빠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가격 역시 지난달 3억 392만원을 기록, 2023년 1월(3억 423만원) 이후 2년 8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면적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대형(0.44%)만 상승하고, 초소형(-0.13%), 소형(-0.17%), 중형(-0.07%), 중대형(-0.02%)은 하락하면서, 사실상 정부 대책에 따른 아파트 대체제로 중대형 이상 오피스텔을 주목한 것이란 분석이다.

목동 일대를 비롯해 강남 등 서울 주요 입지 중대형 오피스텔에서 모처럼 만에 신고가 속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강남구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타워팰리스의 경우 지난달 16일 전용 159.12㎡ 13층이 45억원에 매매거래되면서 무려 4년여 전인 2021년 5월 신고가(32억 5000만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용산구 용산대우월드마크에선 지난 8월 전용 86.375㎡ 8층이 13억 1000만원, 전용 104.291㎡ 17층이 18억 5500만원에 매매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말엔 전용 83067㎡ 33층이 11억 9000만원에 매매거래되며 신고가 행진을 이었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은 지난달 14일 전용 102.36㎡ 18층이 21억 9000만원에 신고가 매매거래됐고 이달 들어서도 전용 87.50㎡ 44층, 전용 83.23㎡ 21층이 각각 16억 5000만원, 16억 3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가격 조정이 상당히 이뤄진 상태라 신고가가 꽤 오랜 기간 나오지 않았다”며 “아파트 등 다른 주택과 마찬가지로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임대수익률도 회복세라 매물이 많이 줄었다. 여기에 최근 대출규제로 아파트 대체제로 부각되면서 입지 좋은 중대형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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